[판결] 대법 "현대차 남양연구소 시험 장비 보전 업무 근로자 파견관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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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시험 장비 예방·보전 업무를 담당한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를 파견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현대차의 지휘와 명령을 받았기 때문에 현대차와 파견 관계에 있다고 볼 여지가 크다는 취지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7일 현대차 남양연구소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인 A 씨 등 21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2019다279344).
남양연구소는 판매용이 아닌 각종 시험용 시제차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새로 고안, 설계된 자동차의 품질과 성능을 평가해 자동차의 연구·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현대차는 1996년경부터 B 사와 도급 형식의 계약을 체결하고 남양연구소의 보전 업무 중 예방점검 및 이에 수반하는 경정비 업무를 맡기고, 보전 업무 가운데 수리 업무는 현대차 정규직 근로자들이 수행하도록 했다. 현대차는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인 A 씨 등에게 점검항목별로 점검포인트, 점검기준 등이 기재된 예방점검표를 제공했고, A 씨 등은 예방점검표에 따라 점검결과를 표시하고 조치내용 및 측정데이터 등을 적어 현대차 시험팀 담당자로부터 확인을 받는 방식으로 보전 업무를 수행했다.
A 씨 등은 현대차가 불법으로 근로자들을 파견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 씨 등은 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현대차 남양연구소에 파견돼 현대차로부터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 파견관계에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1심은 "이 사건에서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것은 보전업무에 투입될 근로자의 수, 일일 작업량, 작업시간, 작업방법, 작업순서 등인데 현대차가 정한 전체 장비 목록 등에 의해 결정됐고, 이들에 관해 협력업체가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사실상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2심은 "이들의 업무가 도급 작업의 범위에 포함됐기 때문에 계약 외 업무로 보기 어렵고, 구조적·상시적으로 현대차 소속 근로자들과 하나의 작업 집단으로 구성돼 공동 작업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 씨 등이 남양연구소에서 현대차의 지휘·명령을 받으면서 현대차를 위한 보전 업무에 종사했으므로 A 씨 등과 현대차는 근로자 파견관계에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현대차가 보전 업무와 관련해 현대차 정규직 근로자들과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담당해야 하는 업무내용을 구분해 두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현대차 정규직 근로자들과 A 씨 등의 업무 범위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아 일부 장비의 경우엔 함께 업무를 담당하기도 하고 장비 고장이 발생하면 현대차 정규직 근로자 요청에 따라 수시로 공동 작업을 수행했다"며 "현대차는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신규로 채용될 경우 세부 업무에 대한 직무교육을 수개월간 직접 실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A 씨 등의 업무는 현대차가 미리 정한 비교적 단순한 작업을 반복하는 것으로서 협력업체의 전문적인 기술 등이 요구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협력업체는 종전 업체 직원들의 고용을 그대로 승계했을 뿐, 보전 업무에 고유 자본이나 기술을 투입한 바 없고, 현대차 외부에 별도 사업장이나 사무실조차 두고 있지 않는 등 보전 업무 수행에 필요한 물적 설비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근로자 파견 관계 인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출처: 법률신문 한수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