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업무 스트레스로 우울증 악화돼 숨진 공무원 '순직'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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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우울증이 악화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공무원에 대해 법원이 순직유족급여 지급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최수진 부장판사)는 10월 31일, 망인 A 씨의 배우자가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제기한 순직 유족급여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2024구합65065)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업무 부담이 우울증을 재발·악화시킨 것으로, 사망과 공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실관계]
지방 교육행정직 공무원으로 임용돼 근무하던 A 씨는 2022년 1월 한 학교의 행정실장으로 부임했다. A 씨는 부임 직후부터 업무상 스트레스를 호소했고, 같은 해 3월 우울증 진단을 받고 질병 휴직에 들어갔다.
이후 병원 치료를 병행하던 A 씨는 2022년 7월 복직과 동시에 한 도서관으로 발령받았으나 복직 한 달 만인 8월 도서관 지하 계단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 씨의 배우자는 "A 씨는 생소한 업무를 맡으며 겪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악화돼 사망에 이렀다"고 주장하며 순직유족급여를 청구했다. 그러나 인사혁신처는 'A 씨의 공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이에 유족 측은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순직유족급여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 판단]
법원은 A 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 씨는 공무상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악화돼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 선택 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른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며 "순직유족급여 불승인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생소한 업무에 적응하기 위해 22시간의 시간 외 근무를 하는 등 업무상 부담이 적지 않았던 점 △평소 지인과 가족들에게 업무 관련 고충을 지속적으로 토로해 온 점 △2017년 이후 약 5년 동안 진료 내역이 없을 정도로 우울 증상이 잘 조절돼 오다 행정실장 부임 직후 증세가 급격히 악화된 점 등을 고려했다.
또 A 씨가 행정실장 부임 직후 우울증 진단을 받는 과정에서 '일요일에도 출근했다', '실장 업무가 너무 힘들고 다른 직원에게 피해를 주기 싫다'는 등 업무상 스트레스를 호소한 점도 고려했다. 이에 대해선 진료기록 감정의가 "시간 외 근무는 직무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으며 이것이 우울·무기력·자살 사고 등 정신과적 증상의 발현이나 악화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제시한 점 등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A 씨가 과거 우울증 치료를 받은 병력이 있고 가족력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업무상 부담이 다른 요인과 복합적으로 작용해 질병을 재발·악화시켰다면 공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출처] 법률신문 김지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