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대법 "성비위로 처벌받아 조합 신용 잃게 한 조합원 제명은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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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이 성 비위행위를 저질러 그가 가입한 조합까지 신용을 잃게 했다면 조합이 정관에 따라 조합원을 제명하는 것은 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해당 조합의 정관은 '조합의 신용을 잃게 한 경우' 조합원을 제명할 수 있다고 규정했는데, 대법원은 정관상 '신용'을 반드시 '경제적 신용'으로 한정해 해석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13일 A 씨가 B 농업협동조합을 상대로 낸 조합원 제명 무효확인 등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2024다226313).
A 씨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B 농협의 조합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재직 중 조합장의 지위를 이용해 직원을 수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2021년 8월 판결이 확정됐다. 이듬해 1월 B 조합은 대위원회를 열고 A 씨를 제명하는 결의를 했다.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조합에 손실을 끼치거나 조합의 신용을 잃게 한 경우' 총회 의결을 거쳐 조합원을 제명할 수 있다는 농협 정관의 조항이 근거였다.
이에 A 씨는 제명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A 씨에게 패소 판결했으나 항소심에서 승소로 뒤집혔다. 항소심 법원은 "B 조합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조합에 손실을 끼치거나 조합의 신용을 잃게 한 경우‘를 조합원의 제명사유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경제적 손실에 관한 규정"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A 씨가 형사사건으로 처벌받았다고 하더라도 조합에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거나 조합의 신용이 훼손되는 것은 아니므로, 이 같은 제명사유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정관은 재량규정일 뿐 원고(A 씨)의 비위행위만으로 조합원 지위를 박탈하는 제명 결의를 한 것은 조합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사건 제명 결의가 적법한 사유 없이 이뤄졌다거나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제명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쟁점 조항은 ‘조합의 신용을 잃게 한 경우’를 제명사유로 정했을 뿐 이를 ‘경제적 신용’으로 한정하지 않고 있다"며 "이 사건 정관에는 신용에 대한 정의규정이 없고, 사전적 의미에 따르면 신용은 ’사람이나 사물이 틀림없다고 믿어 의심하지 아니함. 또는 그런 믿음성의 정도‘를 의미하므로 원고가 대상 행위를 함으로써 피고의 신용을 잃게 했다면, 피고의 경제적 신용 하락 여부와 관계없이 제명사유가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표자의 행동에 대한 윤리적 평가는 단체에 대한 사회적 평가와 직결되는 특성이 있다"며 "원고의 범행과 재판 결과는 일간지에 피고의 명칭과 함께 보도됐고 피고는 원고의 법정구속 및 조합장직 사임 때문에 조합장 보궐선거를 진행해야 했는데, 이는 피고의 명예를 실추시킬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조합의 신용을 잃게 하는 행위이므로 쟁점 조항에서 정한 제명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출처:법률신문 홍윤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