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제약사 환급 ‘위험분담제’ 보험금 대상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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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제약회사가 맺은 ‘위험분담계약’에 따른 환급금은 실손 의료보험에서 담보하는 보험금 지급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보험사가 고객에게 보험금이 환급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미리 고지하지 않아도 설명 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달 11일 A 씨가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소송 상고심(2024다223949)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 씨는 2016년 10월 메리츠보험과 배우자 명의로 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A 씨 배우자는 항암 치료제인 ‘키트루다주’를 투여받았는데, 이는 ‘위험분담제’에 따른 투약이었다. 위험분담제는 신약의 효능·효과나 보험재정 영향 등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약회사가 일부 분담하는 제도로, 비용 효과적인 의약품을 선별 급여하는 원칙을 살리면서 대체제가 없는 고가의 항암제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2014년부터 시행됐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위험분담제 유형은 ‘환급형 위험분담제’로, 약제의 전체 청구 금액 중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약업체가 공단에 환급하는 형태다. 이에 따라 A 씨의 배우자는 제약사로부터 약제비 일부를 환급받을 예정이었다. A 씨는 이 환급금을 ‘본인부담금’에 포함시켜 보험사가 지급해야 할 금액은 총 3600만 원이라 주장하며 이 가운데 지급받지 못한 1400만 원을 보험사에 요구했다.
위험분담금은 ‘입원치료 중’ 발생한 것이 아니라 사후에 지급된 것이고, 국민건강보험법상의 요양급여도 아닌 데다가 의료비 분담이 아닌 위험분담에 따라 지급된 것이므로 보험사에서 환자가 환급받은 위험분담금을 포함한 전체본인부담금을 모두 보상해줘야 한다”는 게 A 씨 주장의 근거였다.
보험사 측은 “환급금은 돌려받을 돈이므로 환자쪽에서 실제 부담한 본인부담금이라고 볼 수 없고 이를 보험으로 보상하는 것은 손해보험의 이득금지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맞섰다.
1심은 “환급금은 보험금 지급대상에 해당하고, 설령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이를 설명했다는 주장·증명이 없다”며 원고(A 씨) 승소 판결했다.
항소심은 피고 측 주장을 받아들여 “환급금은 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니고, 피고에게 명시·설명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원고에게 26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판단도 항소심과 같았다. 대법원은 “피보험자가 위험분담제에 따라 제약사로부터 환급받는 금액은 피보험자가 실제로 부담한 요양급여비용이 아니다”며 “이 사건 특약 부분은 손해보험의 일종인데, 손해보험은 보험사고로 인해 생길 피보험자의 재산상 손해를 보상하기 위한 것이므로 피보험자에게 손해의 전보를 넘어서 오히려 이득을 주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손해보험제도의 원칙에 반할 여지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해당 약관조항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비용 중 피보험자 본인이 최종적으로 실제 부담하는 비용 부분만을 보험금 지급대상으로 하고, 피보험자가 공단이나 제약사로부터 위험분담제에 따라 환급을 받음으로써 피보험자가 실제로 부담한 비용에 해당하지 않는 금액은 이 사건 약관조항에 따른 보험금 지급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사건 특약의 보험금 지급대상은 재산상 손해이므로 그 손해의 전보를 넘어선 이득을 얻을 수 없음은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내용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므로 환급금 상당액이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보상하는 손해에 포함되지 아니한다는 사정은 피고의 명시·설명의무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출처 법률신문 홍윤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