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해외서 범죄 저지르고 눌러 앉으면 ‘공소시효 정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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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행위가 범죄임을 안 상태에서 출국하거나 범죄를 인식한 후에도 귀국하지 않는 경우에 한해 공소시효가 정지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단순히 해외에 체류했다고 해서 모든 경우에 공소시효가 정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달 31일 해외금융계좌 미신고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해 벌금 12억50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24도8683).
홍콩과 한국을 오가며 사업을 운영하던 A 씨는 2016년 스위스에 개설된 금융계좌에 약 220억 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022년 5월 A 씨의 해외금융계좌를 조사하기 시작해 같은해 6월 7일 A 씨의 세무대리인을 통해 20억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사전통지를 했다. A 씨는 2022년 4월 홍콩으로 출국한 이후 서울지방국세청의 세무조사 및 과태료 통지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귀국하지 않았다. A 씨는 공소시효 기산일인 2017년 7월 1일부터 5년이 지난 2022년 7월 28일에 귀국했다. A 씨는 공소시효 완성을 주장하며 홍콩 체류가 형사처분을 회피할 목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 제253조 제3항은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그 기간 동안 공소시효는 정지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신고 의무를 위반한 금액이 220억 원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해 벌금 25억 원을 선고했다.
항소심도 “A 씨가 2022년 4월 홍콩으로 출국한 이후 서울지방국세청의 세무조사 및 과태료 통지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귀국하지 않았다”며 “형사처분을 회피할 목적으로 국외에 체류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과태료 사전통지일인 2022년 6월 7일부터 A 씨가 귀국한 2022년 7월 27일까지 공소시효가 정지되었다고 본 것이다. 다만 A 씨가 위반행위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종합소득세 32억 원을 성실히 납부한 점 등을 고려해 벌금을 12억 5000만원으로 감경했다.
대법원도 A 씨가 해외에 체류한 목적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 재판부는 “A 씨가 세무당국의 조사와 과태 료 부과 사실을 알고도 홍콩에 머물렀으며 이로 인해 형사처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며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