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법률 [판결] 전합, 동성 동반자에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첫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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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同性) 동반자를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동성 동반자를 '부부 공동생활에 준할 정도의 경제적 생활공동체'라고 판단하며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위법하다고 봤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8일 A 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2023두36800)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사건 처분에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먼저 대법관 전원은 공단이 처분에 앞서 A 씨에게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에 따라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 제출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본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헌법상 평등원칙 위반의 실체적 하자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김선수·노정희·김상환·이흥구·오경미·서경환·엄상필·신숙희 대법관은 피부양자 등록 배제가 헌법상 평등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전원합의체는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 집단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면서 동성 동반자 집단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두 집단을 달리 취급하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을 차별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동성 동반자는 직장가입자와 단순히 동거하는 관계를 뛰어 넘어 동거·부양·협조·정조 의무를 바탕으로 부부공동생활에 준할 정도의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으로, 공단이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차이가 없다"며 "공단이 직장가입자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인 이성 동반자와 달리 동성 동반자인 A 씨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고 보험료 부과 처분을 한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A 씨에게 불이익을 주어 그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차별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해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피부양자제도의 본질에 입각하면 동성 동반자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고 동성 동반자를 직장가입자와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하는 것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이라며 "두 사람의 관계가 전통적인 가족법제가 아닌 기본적인 사회보장제도인 건강보험의 피부양자제도에서조차도 인정받지 못하는 것으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법 앞에 평등할 권리를 침해하는 차별행위이고 그 침해의 정도도 중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원합의체는 동성 동반자에 대해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에 준하여 건강보험의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문제와 민법이나 가족법상 '배우자'의 범위를 해석·확정하는 문제는 다른 국면에서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반면 이동원·노태악·오석준·권영준 대법관은 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본 부분은 동의할 수 없다는 별개 의견을 냈다. 이들 대법관은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배우자'는 이성 간의 결합을 본질로 하는 '혼인'을 전제로 하는데, 동성 간의 결합에는 혼인관계의 실질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동성 동반자가 법률상 또는 사실상 배우자와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에 속한다고 볼 수 없고 설령 두 집단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이라고 하더라도 공단이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은 것을 두고 합리적 근거 없는 자의적 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그동안 피부양자로 인정될 수 없었던 동성 간 결합 관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법 앞에 평등할 권리 등 헌법상 기본권을 보다 충실하게 보장할 수 있게 되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남성인 A 씨는 동성인 남성 B 씨와 2019년 결혼식을 올리고 2020년 2월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인 B 씨의 피부양자로 등록됐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공단은 "피부양자 인정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험료 부과 처분을 했다.
A 씨는 "실질적으로 혼인 관계임에도 단지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부인하는 것은 피부양자 제도의 목적에 어긋난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항소심은 지난해 2월 공단의 보험료 부과 처분이 잘못됐다며 원고 승소로 판단을 뒤집었다.
출처 법률신문 박수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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