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법률 [판결] “내게 한만큼 갚겠다” 문자 무조건 협박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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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 대해 엄벌 탄원서를 낸 동료 교수에게 '내게 한 만큼 갚겠다'는 내용을 담은 문자 메시지를 보내 보복 협박 혐의로 기소된 사립대 교수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피고인이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행위를 협박죄에서의 '협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에게 '협박의 고의'나 '보복의 목적'이 있었다는 점 또한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이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최근 특정범죄가중처법 위반(보복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2023도10386).
대전의 한 사립대 교수로 근무하던 A 씨는 피해자 B 씨의 소개로 대학 강사를 거쳐 교수로 재직하게 됐다. A 씨는 2016년 5월 B 씨를 비롯한 동료 교수 8명에게 충남 소재 토지의 분양과 관련해 C 씨를 소개했고 C 씨는 토지를 분양받으면 자신이 토지를 개발, 매각해 추후 얻게 될 수익을 나눠 갖자고 제안했다. B 씨 등은 2016 ~ 2017년에 토지 분양대금 2억4705만 원을 C 씨의 회사에 입금했다. 그러나 B 씨 등은 2019년경 "해당 토지를 분양받았지만 개발이 진행되지 않아 분양대금 상당액을 편취당했다"며 C 씨를 고소했다. 또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20년 9월과 2021년 3월 수사기관에 "A 씨도 편취액 상당 부분(1억3000만 원)을 가져갔다"며 엄벌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검사가 A 씨와 C 씨를 사기 혐의로 기소했으나 2024년 3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이 사건으로 조사를 받던 A 씨는 탄원서 내용을 알게 됐고, 1심 재판이 진행되던 2021년 10월 22일 저녁 B 씨에게 '탄원서를 읽었다. 제게 한 만큼 갚아 드리겠다. 답장 부탁드린다. 화요일 날 연구실로 찾아뵙겠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다만 문자를 받은 B 씨는 회신을 하지 않았고 A 씨도 B 씨의 연구실을 방문하진 않았다.
이틀 뒤 C 씨는 해당 대학 교원인사과 과장에게 전화로 B 씨의 연구비 횡령 등 각종 사학비리를 제보했고 이후에도 이메일로 구체적인 사학비리 내용을 전달했다. A 씨와 C 씨는 모두 A 씨가 사전에 이 제보에 관여한 바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고 실제로 A 씨가 관여한 사정도 밝혀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 협박죄가 성립되려면 고지된 해악의 내용이 행위자와 상대방의 성향, 당시의 주변 상황, 행위자와 상대방 사이의 친숙함, 지위 등의 상호관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에 일반적으로 사람이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어야 한다"며 "권리행사의 일환으로 상대방에게 일정한 해악을 고지한 경우에도 해악의 고지가 사회의 관습이나 윤리관념 등에 비춰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있는 정도이거나 정당한 목적을 위한 상당한 수단에 해당하는 등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으면 협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9(보복범죄의 가중처벌 등) 위반의 죄에서 '행위자에게 보복의 목적이 있었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그 증명의 정도는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엄격한 증명에 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문자메시지 내용이 추상적이고 A 씨가 B 씨의 교수직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는 데다가 △A 씨가 이후 B 씨에 대해 이뤄진 비위 행위 제보에 관여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추후 사기죄 무죄를 확정받게 된 A 씨의 입장에선 (당시) 피해자의 엄벌 주장이 몹시 억울하고 서운했을 것으로 충분히 짐작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1심은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출처:법률신문 박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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