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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법률 동성 동반자도 건보 피부양자로 인정… 배우자에 ‘동성’도 포함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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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법무법인KB
댓글 0건 조회 143회 작성일 24-07-2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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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同性) 동반자를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8일 A 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2023두36800)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남성인 A 씨는 동성인 남성 B 씨와 2019년 결혼식을 올리고 2020년 2월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인 B 씨의 피부양자로 등록됐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공단은 "피부양자 인정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험료 부과 처분을 했다. 이에 A 씨는 소송을 냈고, 1심은 원고 패소 판결했지만 항소심은 원고 승소로 판단을 뒤집었다.


이날 대법관 전원은 이 사건 처분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공단이 처분에 앞서 A 씨에게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에 따라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 제출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본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헌법상 평등원칙 위반의 '실체적 하자' 존재 여부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다수의견(
조희대 대법원장, 김선수·노정희·김상환·이흥구·오경미·서경환·엄상필·신숙희 대법관)
"동성 동반자는 직장가입자와 단순히 동거하는 관계를 뛰어 넘어 동거·부양·협조·정조의무를 바탕으로 부부공동생활에 준할 정도의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이다. 피고가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도 직장가입자와 사이에 동거·부양·협조·정조 의무를 바탕으로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의 경우 피부양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인우보증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는 가족이나 직장 등 주변에 두 사람의 결합을 선언하고 알림으로써 그 관계를 공표하고 보증인 2명이 국가기관을 상대로 두 사람의 결합을 증명하는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동성 동반자도 이러한 내용의 인우보증서를 제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이처럼 피고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이유는 그가 직장가입자의 동반자로서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했기 때문이지 이성 동반자이기 때문이 아니다. 동성 동반자도 '동반자' 관계를 형성한 직장가입자에게 주로 생계를 의존해 스스로 보험료를 납부할 자력이 없는 경우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피부양자로 인정받을 필요가 있고, 그 요건도 달리 봐서는 안 된다. 결국 피부양자제도와 관련하여 직장가입자의 동반자로서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한 동성 동반자 집단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이성 동반자 집단은 본질적으로 동일함에도 피고 공단은 양자를 달리 취급하고 있다.


건강보험제도와 피부양자제도의 의의, 취지와 연혁 등을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가 직장가입자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 즉 이성 동반자와 달리 동성 동반자인 원고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고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원고에게 불이익을 주어 그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차별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하여 위법하다.

 
동성 동반자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에 준하여 피부양자로 인정한다고 하여 전통적인 의미의 혼인과 이에 기반한 가족제도를 해친다거나 법적 안정성 또는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할 소지도 없다.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까지 보호 범위에 포함하는 사회보장 관계 법령들이 상당수 존재하나, 이 사건은 건강보험이라는 특수한 사회보장제도와 관련한 피부양자 인정에서의 형평성 유지에 관한 것으로 건강보험제도와 피부양자제도의 취지, 목적 등을 떠나 생각할 수 없고, 다른 사회보장제도의 경우 각 제도의 취지, 목적 등에 비추어 별도로 판단할 문제이다. 또한 동성 동반자에 대해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에 준하여 건강보험의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문제와 민법 내지 가족법상 '배우자'의 범위를 해석·확정하는 문제는 충분히 다른 국면에서 논의할 수 있다."

 

 

별개의견(이동원·노태악·오석준·권영준 대법관)
"이 사건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결론이 '동성 동반자'도 '배우자'로 인정하거나 그와 동일시하는 방향으로 우리 법질서가 나아갈 것인가에 큰 영향을 미치리라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 그러한 방향을 선택한다면, 배우자에 대하여 이 사건 적용 법령인 국민건강보험법보다 더 중대한 법적 효과가 부여되는 다른 수많은 법령들의 해석에서도 그렇게 할 가능성과 당위성이 높아질 것이다. 특히 국민건강보험법과 같거나 유사한 성격을 지니는 사회보장 관계 법령들에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는 개별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통해 혼인관계나 배우자 등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제도나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러한 이 사건의 실제 의미와 결론이 우리 법제와 사회에 미칠 파급효과까지도 염두에 두고 이 사건을 검토하여야 한다.


동성 간의 결합에는 혼인관계의 실질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고, 전체 법질서 차원에서 법률혼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있지도 않다. 동성 간의 혼인신고도 허용되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피고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이 이 사건 쟁점 규정의 '배우자'에 포함된다고 해석해 왔더라도, 이러한 점 때문에 동성 동반자도 당연히 '배우자'에 포함된다고 해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고, 그 논리적 공백을 메우는 것은 '동성 동반자도 배우자와 동등하게 취급하자'는 정책적 구호일 뿐이다. 결국 향후 입법을 통하여 동성혼이나 생활동반자관계 등을 제도화하는 것은 몰라도 현행 법제 아래에서 '동성 동반자'를 이 사건 쟁점 규정의 '배우자'로 해석할 수는 없다.

 
국민건강보험법상 '배우자'의 개념은 이성 간의 결합을 본질로 하는 '혼인'을 전제로 하고, '동성 동반자'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피고는 이에 따라 동성 동반자인 원고를 피부양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동성 동반자'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에 속한다고 볼 수 없고,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에서 제외하여 지역가입자로 분류한 것을 합리적 근거 없는 자의적 차별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그러므로 이 사건 처분에 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의 실체적 하자까지도 인정한 다수의견의 입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다수의견은 헌법상 평등원칙을 매개로 사실상 법을 형성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배우자'에 '동성 동반자'를 포함시키고자 한다면 입법이나 위헌법률심판제도를 활용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옳다. 실제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 문제를 법원이 개별 규정을 해석하는 방식이 아니라 의회의 입법을 통하거나 위헌법률심판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이 규범통제를 하는 방식으로 해결하여 왔다. 그것이 우리 헌법이 상정하는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올바른 관계 설정이기도 하다." 

출처 법률신문 박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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