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법률 [판결]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도 '공동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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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행에서 피해현금 수거와 사문서 위조 등 부차적인 임무를 담당하며 범행방법을 구체적으로 몰랐다고 하더라도 사기 범죄의 공동정범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에 대해 ‘범행방법이나 내용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않았어도 사기 공동정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리딩 케이스를 선고한 이후 이를 재확인한 판결이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월 23일 사기, 사문서 위조,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무죄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4도13466).
[사실관계]
피고인 A 씨는 2023년 3월 23일 한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완납 증명서’라는 제목이 적힌 MG새마을금고 명의의 문서를 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전송받은 뒤 프린터기를 이용해 출력했다.
전날에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은행 직원을 사칭해 피해자 B 씨에게 전화해 “저금리 대출이 가능한데, 대출을 받으려면 기존 새마을금고에 있는 대출금을 모두 갚아야 한다. 새마을금고 직원에게 대출금을 전달하라”는 거짓말을 했다. 그러나 이 조직원은 금융기관 소속 직원이 아니었고 B 씨에게 저금리 대출을 해줄 의사나 능력도 없었다.
이후 A 씨는 자신이 새마을금고 직원인 것처럼 행세하며 위조한 MG새마을금고 명의의 완납 증명서를 B 씨에게 교부하고 대출상환금 명목으로 2600만 원을 가로챘다.
A 씨는 B 씨 외에 다른 피해자 4명에게도 비슷한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러 총 5명의 피해자로부터 합계 1억2110만 원의 현금을 편취하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무통장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1·2심 판단]
A 씨는 자신은 각 범행을 범행을 방조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A 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1심은 “A 씨가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건네받거나 문서를 출력·교부한 행위는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과 사문서위조 및 행사 범행의 핵심적 부분”이라며 “A 씨가 세부적인 범행계획을 알지 못했더라도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원과의 연락을 통해 자신의 역할을 인식하면서 그들과 일체가 돼 범행을 저지른 이상, 단순한 방조를 넘어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되는 정도로 범행에 가담했음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항소심은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A 씨가 만 16세에 자녀를 출산하고 아이의 친부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뒤 홀로 아이를 양육하며 식당, 청소 아르바이트 등을 단기적이고 산발적으로 해보았을 뿐 별다른 사회경험이 없는 점, 보이스피싱 관련 범행으로 수사 또는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모자 등을 착용하지 않은 채 피해자들을 만나거나 은행 ATM기기를 이용한 점 등을 고려하면 A 씨가 이전까지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수거·취합하는 범죄 행위의 일부임을 미필적으로라도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유죄 취지로 항소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사기의 공모공동정범이 그 범행방법을 구체적으로 몰랐다고 하더라도 공모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며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현금수거책의 공모사실이나 범의는 다른 공범과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뜻이 통해 범죄에 기여하고 범죄 실현 의사가 결합돼 피해자의 현금을 수거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도 충분하며 전체 보이스피싱 범행방법이나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인식할 필요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보이스피싱 조직은 검거에 대비해 총책, 유인책, 현금수거책 등으로 각각 역할을 분담하며 고도의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고 범행 가담자들 또한 순차적 공모를 통해 각자 맡은 역할에 따른 일부 기능만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이같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운영 현실을 고려할 때 A 씨가 반드시 보이스피싱 범행 실체와 전모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어야만 각각의 범죄의 공동정범이 되는 것은 아니며 보이스피싱 범행의 수법 및 폐해는 오래전부터 언론 등을 통해 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법률신문 홍윤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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