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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법률 [판결] 잘못된 여권 영문 이름 정정 거부는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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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법무법인KB
댓글 0건 조회 35회 작성일 25-04-2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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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영문 이름이 로마자 표기법에 어긋났다는 이유로 여권 변경 신청을 거부한 처분은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인격권을 침해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 부장판사)는 A씨가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낸 여권 로마자 성명 변경 불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2월 6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2023구합83301).

[사실관계]

A씨는 2020년 10월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 2023년 8월 A씨의 부모는 A씨 명의로 여권을 신청하면서 영문 이름을 로마자 표기법에 맞지 않게 기재했다. 그러나 여권 발급 업무를 대행한 수원시장은 로마자 표기법에 맞춰 이름을 정정해 여권을 발급했다. 이에 A씨 측은 당초 신청한 이름대로 여권을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외교부는 이를 거부했다. 외교부는 “해당 사유는 여권법 시행령 제3조의2 제1항에 해당하지 않아 정정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여권법 시행령 제3조의2 제1항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신청에 따라 여권의 로마자 성명을 정정 또는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같은 항 제7호는 “최초 발급한 여권을 사용하기 전에 로마자 성명을 변경하려는 경우”를 명시하고 있다.


A씨는 외교부로부터 변경 불가 통지를 받은 직후 국외로 출국했고, 귀국한 뒤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 판단]

재판부는 “여권법 제3조의2 제1항은 당초 수록된 영문 성명을 다른 성명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예외 사유를 열거하고 있다”며 “이는 신청인의 사정에 따라 유연하게 성명 변경을 허용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한 취지를 무시하고 로마자 표기법을 엄격하게 적용해 변경을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영문 성명 변경을 엄격히 제한하는 이유는 대한민국 여권의 대외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지만, 범죄 등에 악용될 사정이 없는 한 변경을 거부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여권에 성명을 어떻게 기재할지는 국민의 자기표현과 자율에 기반한 인격권·행복추구권의 일환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받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며 “자신의 성명을 어떻게 기재할지 결정하는 것 역시 개인의 자기 발현과 자율성의 영역”이라고 판시했다.


또한 A씨가 변경되지 않은 여권으로 출국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A씨는 여권을 신청할 당시 가까운 시일 내에 국외 일정이 예정돼 있었다”며 “스스로 기재한 이름과 다른 여권이 발급됐더라도, 이를 문제 삼고 발급을 지연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여권 발급을 담당한 수원시장 역시 A씨의 사정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A씨는 외교부에 변경 신청을 하고 처분을 받은 이후에야 출국했다”며 “이 역시 영문 성명 변경 사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출처 법률신문 박수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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