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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법률 [판결] 5억 투자하고 12억 회수... 항소심도 "주식매수청구권 유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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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법무법인KB
댓글 0건 조회 6회 작성일 25-12-2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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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를 이해관계인으로 설정하고 회생 등 절차가 개시될 경우 주식 매수를 청구할 수 있도록 약정했다면, 창업자가 직접 주식 매수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6부(재판장 김인겸 부장판사)는 12월 18일 벤처투자사 A 사가 피투자사 대표이사 B 씨를 상대로 제기한 주식매수청구권 이행 약정금 지급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B 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2025나208984).

[사실관계]

A 사는 2017년 B 씨가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스타트업 C 사에 상환전환우선주(RCPS) 형태로 5억 원을 투자했다. 당시 B 씨는 C 사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로서 투자계약의 당사자가 됐다. 계약서에는 회생·청산·파산 등 절차가 개시될 경우 A 사가 보유한 C 사 주식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B 씨에게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이후 2023년 12월 C 사는 경영난으로 서울회생법원에 간이회생절차를 신청했고, 법원은 2024년 1월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렸다. A 사는 계약에 따라 B 씨에게 투자금 5억 원에 연복리 15%를 적용한 약 12억 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B 씨는 "C사나 본인에게 귀책사유가 없는 상황에서 회생절차가 개시됐다는 사정만으로 창업자인 이해관계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민법 제103조(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 및 제104조(불공정한 법률행위)에 따라 무효"라고 주장했다.

[1심 판단]

1심은 주식매수청구권 조항의 문언과 체계를 근거로, 회생절차 개시라는 사유가 발생할 경우 B 씨가 직접 주식 매수 의무를 부담하기로 당사자들이 명확히 합의했다고 판단했다.

 

계약서에는 회생·파산 등 절차가 개시되면 원고가 보유한 주식을 C 사 또는 B 씨에게 매수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고, 이 경우 매수인이 주식 매수 대금 지급 의무를 부담한다고 명시돼 있어, B 씨를 단순한 보증인이나 형식적 당사자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B 씨가 당시 C 사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로서 투자계약의 핵심 당사자였고, 투자 유치 과정에서 경영 책임과 투자 회수 위험을 일정 부분 분담하는 구조에 동의한 것으로 평가했다. 회생 등 절차 개시 시 투자금 회수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이해관계인인 창업자에게 주식 매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벤처투자 실무에서 통상 활용되는 장치로, 그 자체로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판단]

항소심 판단도 1심과 같았다. 항소심은 "이 사건 조항을 고의·과실로 회생 등 절차가 개시된 경우에만 주식매수청구권을 인정한다고 해석할 경우, 시장 상황 변화 등 외부적 사유로 인해 원고가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된다"며 "이 사건 계약에 그러한 제한을 두는 규정이나 문언이 없음에도 해석만으로 원고의 권리행사를 제한하는 것은 조항의 취지와 당사자의 의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회생절차가 개시됐다는 사정만으로 주식매수청구권을 인정할 경우 피고에게 불리한 측면이 있을 수는 있다고 보면서도, 피고가 이러한 위험을 배제하려 했다면 '외부적 사유로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에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취지의 조항을 계약에 포함시켰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항소심은 "실제 피고가 제출한 다른 투자자와의 계약서에는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것은, 이 사건 계약에서는 귀책사유 유무와 관계없이 주식매수청구에 따른 지급의무를 부담하겠다는 의사로 계약을 체결한 방증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B 씨는 투자금 5억 원에 고율의 지연배상금이 더해져 약 12억 원을 지급하게 되는 것은 부당하다고도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고위험 고수익은 벤처투자의 통상적인 특성에 불과하므로 이를 근거로 사적자치의 원칙에 기초한 당사자가 간의 구체적인 합의를 무효로 하거나 합의의 내용을 변경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법조 및 업계 의견] 

법조와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1심 단계부터 이례적인 사건이라는 평가와 함께, 투자금 회수 방식이 다소 무리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항소심 판결 이후에도 법조에서는 해당 판단이 주식회사 제도와 투자의 본질을 오해한 것이라는 의견이 이어졌다.


기업 자문회사 와이즈포레스트의 천준범(사법연수원 35기) 대표는 "투자란 회사의 사업 흥망과 이해관계를 같이 한다는 것에 본질이 있는 것이고, 회수는 회사의 사업이 성공했을 때 그 수익을 분배 받는다는 뜻"이라며 "그런데 창업자의 고의나 잘못 없이 회사가 망했을 때 창업자에게 투자금에 고율의 이자까지 받아내는 조항은 투자 회수가 아니라 대출 상환을 정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에 회수 제한을 두는 규정이나 문언이 없다고 하지만, 이러한 계약은 그 본질에 따른 제한을 받는다고 봐야 한다"며 "사업의 위험을 같이 하는 투자라는 행위, 특히 가장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할 벤처투자라는 행위의 본질을 부정한 이러한 계약은 무효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출처] 법률신문 안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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