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별개의 5인 미만 사업장들이어도 '경영상 일체' 이루면 한 회사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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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지만, 5인 미만으로 구성된 별개의 독립된 법인이 한 명의 대표로부터 업무 지시를 받고 설비를 공용으로 사용하는 등 실질적으로 경영상 일체를 이룬다면 하나의 사업장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때 각 법인의 상시 근로자 총수가 5명 이상이라면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된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 부장판사)는 5월 2일 A 씨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2023구합72578)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 씨는 2022년 11월부터 정치인 관련 광고기획 및 광고물을 제작하는 B 사에서 근무했다. 그런데 같은 해 12월 B 사측은 A 씨에게 전화로 근로 계약 종료를 통보하며 해고했다. A 씨는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지만, 서울지노위는 이듬해 3월 "B 사는 상시근로자 수 5인 미만인 회사로 근로기준법에 따라 부당해고 구제 신청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각하했다. 근로기준법 제11조는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불복한 A 씨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A 씨는 여론조사, 정치컨설팅, 마케팅 등 사업을 하는 C 사의 대표 D 씨가 B 사도 사실상 경영하고 있어, 두 회사는 경영상 일체를 이루며 유기적으로 운영되는 회사들이기 때문에 하나의 사업장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과거 B 사의 대표는 C 사의 감사를 지냈으며 D 씨는 B 사의 사내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재판부는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C 사와 B 사는 별개의 독립된 법인이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고 있어 근로기준법 제11조에서 말하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 제11조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제한한 것은, 근로기준법이 요구하는 모든 사항을 준수할 여건을 갖추고 있지 못한 영세사업장에까지 전면적으로 적용할 경우 근로자 보호라는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영세사업장에게 경제적·행정적 부담만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어서 이 조항에서 말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는 기업체 그 자체를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며 "사업장인지 여부는 하나의 활동주체가 계속적으로 행하는 모든 작업이 이루어지는 장소 또는 장소적으로 구획된 사업체의 일부분에 해당되는지에 달려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근로기준법의 입법취지를 보면 사업 또는 사업장이 기업체 그 자체를 의미하지 않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 사업주가 '하나의 활동주체'로서 활동한 것인지 여부는 형식이 아닌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근로기준법 적용 기준이 되는 하나의 사업장인지 여부는 근로장소의 동일성, 제공된 설비의 사용관계, 사업의 목적과 수행방법, 조직 체계, 인사 교류, 업무 수행 과정에서의 구체적 지휘·감독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C 사와 B 사는 사무실을 공유했을 뿐 아니라 보안 시스템, 인터넷 회선, 공용창고 등을 공동으로 사용했고 D 씨가 B 사의 단체 대화방에 참여하면서 A 씨를 포함한 B 사 근로자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업무 지시를 했다"며 "D 씨의 지시는 상시적으로 이뤄졌고 B 사 전 소속원에 대해 이뤄지는 등 D 씨가 B·C 사에 대해 사실상 경영자 지위에서 업무 전반을 총괄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B 사가 설립 등기를 마칠 때부터 두 회사가 사무실을 공동으로 사용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여론조사와 관련된 업무는 C 사가, 정치인들의 홍보자료 제작 등의 업무는 B 사가 분담하는 방식으로 수행하기 위해 B 사가 설립된 것으로 보이기도 해 형식적으로는 별도의 법인으로 분리되어 있더라도 두 법인이 별개의 사업장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오히려 하나의 활동 주체 내부의 업무분장에 지나지 않는다"며 "따라서 A 씨 해고 시 본부장이 서면으로 해고를 통지하지 않은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이어서 위법"이라며 중노위 재심판정을 취소했다.
출처:법률신문이진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