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선거 전 180일부터 후보자 지지 문서 살포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조항…대법 "과잉금지 원칙 위반 평가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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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일 전 180일부터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내용 등의 광고를 배부할 수 없다는 공직선거법 조항 중 '문서 살포'에 대한 부분은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7월 11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해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2022도8655).
서울 시내 B구역의 재개발추진위원장을 맡은 A 씨는 2021년 4월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2021년 3월 말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를 방문해 국회의원이면서 후보 신분이었던 C 씨를 만나 재개발 추진과 관련한 애로사항을 전달했다. 이후 A 씨는 C 씨 선거대책위원회의 도시정비활성화 특보로 임명됐다.
A 씨는 C 씨가 당선될 경우 자신이 추진하는 민간 재개발 사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해 2021년 4월 5일 '소식지'라는 제목을 붙여 "후보 C 씨가 시장이 되면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 등의 내용이 담긴 문서를 약 42개 건물 우편함에 300장가량 투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등을 배부 또는 게시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를 위반하면 징역 2년 또는 벌금 400만 원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1,2심은 A 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항소심 선고 이후 헌법재판소가 공직선거법 조항 중 벽보 게시, 인쇄물 배부·게시에 관한 부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는데 A 씨에게 적용된 공직선거법 조항은 헌재 결정의 심판 대상이 되지 않았지만, 헌재 결정 이유에 비춰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됐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2022년 7월 구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 본문 중 '벽보 게시, 인쇄물 배부·게시'에 관한 부분 등에 대해 "후보자 및 유권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크게 제한하면서도 규제 기간을 합리적인 기준 없이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의 장기간으로 정하고 있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와 같은 이유로 A 씨에게 적용된 조항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평가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심리가 필요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심으로서는 '문서 살포'에 관한 부분의 위헌 여부 또는 그 적용에 따른 위헌적 결과를 피하기 위한 공소장 변경 절차 등의 필요 유무 등에 관해 심리했어야 한다"며 "원심이 이를 살펴보지 않은 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결과적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 법률신문 한수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