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한의사 처방없이 한약조제… 한약사 면허 취소는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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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의 처방전 없이 15억 원 상당의 한약을 조제하고 판매해 형사처벌을 받은 한약사에 대한 면허 취소 처분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송각엽 부장판사)는 지난달 11일 A 씨가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낸 한약사면허 취소처분 취소소송(2023구합76464)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전 유성구에서 한약국을 운영하던 한약사 A 씨는 2010년 1월부터 2014년 8월, 2014년 8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총 15억 원 상당의 다이어트 한약을 한의사의 처방전 없이 임의로 조제하고 택배 배송 등을 통해 약국 외 장소에서 판매했다. 결국 A 씨는 약사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돼 2020년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고, 판결이 확정됐다.
보건복지부는 2023년 7월 A 씨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약사법 제5조 등에 따라 A 씨의 한약사 면허를 취소했다. 처분에 불복한 A 씨는 소송을 냈다.
A 씨는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판결이 2020년 11월 확정됐고, 면허 취소 처분 당시인 2023년 7월은 집행유예 기간이 이미 지나 형의 선고가 효력을 잃게 된 상태였으므로 면허취소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집행유예 기간이 경과할 때까지 면허 취소 처분이 이뤄지지 않아 '한약사 면허는 취소 대상이 아니다'라는 신뢰가 부여됐으므로 복지부의 처분이 신뢰보호원칙 및 실권의 법리를 위반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 씨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집행이 종료되지 않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되지 않은 자'를 한약사 면허 결격 사유 중 하나로 정한 약사법 조항은 해당 사유가 발생한 사실이 있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지, 행정청이 면허취소 처분을 할 당시까지 해당 결격사유가 유지돼야 한다는 의미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한약사가 약사법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면 면허처분 취소 사유에 해당하고 그 유예기간이 지나 형 선고의 효력이 상실됐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A 씨의 집행유예 기간이 지난 후 취소 처분이 이뤄졌더라도 법령 적용에 잘못은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A 씨에 대한 형사판결이 확정된 이후 집행유예 기간이 경과하는 동안 면허취소 처분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복지부가 면허취소 여부에 대해 어떠한 공적인 견해 표명을 했다고 할 수는 없다"며 "이로 인해 A 씨에게 처분이 없을 것이라는 보호가치 있는 정당한 신뢰가 형성됐다고 할 수 없고, 복지부는 A 씨의 법 위반 사실을 알게된 이후 지체없이 처분 관련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보여 해당 처분이 장기간이 경과한 이후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이뤄졌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출처 법률신문 홍윤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