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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18세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모르고 가담시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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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22회 작성일 24-09-12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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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역할을 하며 총 1억 원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초반 청년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범행 당시 만 18세였던 청년이 보이스피싱 사기 범죄에 가담한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아 범죄행위에 미필적 고의가 없었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7월 31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2024도9087)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2003년생인 A 씨는 2022년 7월부터 8월 사이 보이스피싱 일당과 공모해 현금수거책 역할을 하며 총 7회에 걸쳐 피해자 4명에게서 적게는 800만 원에서 많게는 7800만 원까지 총 1억450만 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2022년 6월 만 18세였던 A 씨는 한 구직사이트에서 '캔들포장 알바 채용공고'를 보고 이력서를 냈다. 이튿날 캔들회사 사장을 자처하는 B 씨는 A 씨에게 연락해 지인이 대표로 있는 재무설계 회사의 사무보조 아르바이트 자리를 제안했다. 제안을 수락한 A 씨는 해당 재무설계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됐는데,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이뤄진 지시에 따라 현금수거를 하는 게 업무였다. B 씨의 소개로 알게된 재무설계 회사 관계자 등은 A 씨에게 해당 업무는 재무설계 의뢰인으로부터 돈을 전달받는 업무라고 소개하고, 받은 돈은 "세금 문제 때문"이라며 100만 원씩 무통장 입금하라고 지시했다.


1심은 A 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8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및 사회봉사 200시간을 명령했다.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채 공소사실에 기재된 행위를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사건 당시 미성년자였고, 이 사건 전에는 편의점이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 일을 해본 경험 외에는 사회생활을 한 경험이 전혀 없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단순 사무보조 업무라고 믿었을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또 "A 씨가 재무설계 회사 관계자 등과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삭제하지 않았는데, 이 메시지에는 A 씨가 피해자와 만날 장소와 시간, 이동방법, 피해자로부터 편취한 금원을 전달하는 방법 등 범행의 구체적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만약 A 씨가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과 관련된 것임을 알고 있었더라면 이런 자료를 삭제하지 않고 남겨둘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A 씨가 현금 수거 업무를 하며 일당으로 13만 원을 받았는데, 의뢰인을 만나기 위해 장거리 이동을 하고 고액의 현금을 받아 전달하는 업무에 분실 등의 위험이 있었다는 점 등에 비춰보면 일당이 지나치게 높지 않았던 점도 고려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보이스피싱 사기 범죄를 인식한다는 것은 피해자들이 누군가에게 속아서 돈을 건네는 것인지 인식해야 하는 것으로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자발적 의사로 돈을 건넨다고 인식하는 이상 이를 두고 사기 범죄의 가능성을 미필적으로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보이스피싱 범행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는 추상적인 사정을 근거 삼아 피고인에게 범행에 관한 고의를 쉽게 인정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불법적 행위를 인식했다고 할지라도 이로써 바로 보이스피싱 범죄를 인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자백의 신빙성, 미필적 고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출처 법률신문 홍윤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