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 도용한 청소년 혼숙 모텔 종업원… 기소유예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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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인 타인의 신분증을 제시한 뒤 모텔에서 혼숙한 청소년들로 인해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모텔 종업원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지만 헌법재판소가 취소했다.
헌재는 지난달 29일 이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A 씨(대리인 법무법인 DK 김현우 변호사)가 낸 헌법소원 사건(2023헌마1249)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부산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업주의 자녀로, 해당 모텔의 종업원이던 A 씨는 지난해 9월 오후 9시경 18세 청소년인 B군과 C 양을 혼숙하게 했다는 이유로 같은 해 10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9월 5일 B군의 아버지는 112에 신고를 했고, 모텔에 출동한 경찰이 A 씨를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단속했다. 당시 A 씨는 “B 군 등이 2003년생 신분증 2개를 제시해 확인 후 투숙시킨 것”이라고 진술했다. 경찰 확인 결과 해당 신분증은 이들의 것이 아니라 2003년 1월생과 10월생의 자동차운전면허증과 주민등록증이었다. 경찰이 투숙 당시 B 군 등을 전화조사한 결과, 둘 모두 ‘A 씨가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해서 보여줬는데 얼굴은 확인하지 않았고 주민번호도 외워보게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자 경찰은 A 씨를 청소년보호법위반 혐의로 인지했다. 피의자 조사에서 A 씨는 ‘출입 당시 B 군 등이 2003년생 신분증을 제시했는데 비슷하게 생겨서 별도로 주민번호 등을 재확인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 씨가 얼굴 대조나 별도의 신분확인 없이 데스크 창문을 통해 건네받은 신분증만을 보고 곧바로 남녀혼숙을 허용한 것은 청소년보호법위반에 해당한다고 보아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A 씨는 기소유예처분으로 인해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했다며 지난해 11월 헌법소원을 냈다.
이 사건에서는 A 씨에게 청소년보호법위반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그러한 고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한 검사의 기소유예처분이 타당한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헌재는 “B 군 등은 2005년생으로 신분증상의 인물과 2살 차이가 날 뿐이고 A 씨가 수사 과정에서 신분증 사진과 B 군 등이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에 그 이상 별도의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을 보면 검사는 B 군 등의 실물과 신분증 사진의 유사성 등 A 씨가 B 군 등이 성인의 신분증을 도용했을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 B 군 등의 차림새나 체격, 말투 등 이들이 청소년이라고 의심할만 한 사정이 있었는지 등을 명백히 한 후 이를 근거로 A 씨의 고의유무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 씨가 이들이 청소년이라거나 남녀혼숙하려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를 용인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A 씨의 고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미진한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잘못 인정한 자의적 검찰권의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설명했다.
인용(취소) 결정을 이끈 김현우(46·사법연수원 37기) 법무법인 DK 변호사는 “청소년 이성혼숙, 청소년에게 담배 또는 주류를 판매하는 경우에도 고의의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다”며 “다만 판례상 ‘신분증을 검사하지 않은 사실’은 고의를 추론케 하는 가장 중요한 간접사실로 인정돼 왔고, 따라서 그 반대로 행위자가 신분증을 검사한 사실이 확인되면 무죄 추정의 원칙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판례 등을 분석했을 때 △여러 명의 청소년 중 한 명의 신분증만 검사했다든지 △신분증상 용모가 많이 차이 난다든지 △신분증 실물이 아닌 휴대폰 속 촬영된 사진을 제시했다든지 등의 다른 특별한 간접사실이 있으면 무죄추정이 번복되어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 사건은 그러한 경우가 없었음에도 검찰이 아무 근거 없이 유죄를 예단하고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것이기에 옳지 않다고 판단을 받은 것으로, 형사 사건에서의 고의의 입증에 대한 결정으로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 법률신문 박수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