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유령법인 계좌 개설… 은행 심사 불충분 했다면 ‘위계’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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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법인 설립 후 법인 계좌를 타인에게 넘기려고 계좌를 개설했더라도 업무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은행의 불충분한 심사로 인해 유령 법인의 계좌가 개설됐다면 위계에 따른 업무방해죄가 구성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지난해 대법원이 유사한 사안의 리딩케이스에서 업무방해죄가 원칙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는 법리를 선언한 후 나온 판결이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업무방해, 횡령 혐의로 기소된 A(26) 씨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4도9324).
A 씨는 법인 계좌를 개설한 후 계좌에 연결된 체크카드 등을 타인에게 넘기고 대가를 지급받기 위해 유령법인을 설립했다. 2022년 5월 말 A 씨는 광주 서구의 한 새마을금고 지점에서 계좌개설 업무 담당 직원에게 계좌를 정상적인 법인 금융거래 목적으로 사용할 것처럼 속여 계좌를 개설하고 통장, 체크카드 등을 발급 받았다.
검찰은 A 씨를 계좌개설로 인한 업무방해, 접근매체(계좌) 대여로 인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계좌인출로 인한 횡령으로 기소했다. 1심과 항소심은 업무방해 혐의 등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A 씨의 상고로 진행된 상고심에선 A 씨의 위계가 업무방해죄를 구성했는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업무방해 부분에 대해 직권으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법인 명의 계좌가 개설된 것은 금융기관 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때문으로 볼 여지가 많아 A 씨의 위계가 업무방해의 위험성을 발생시켰다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금융기관의 업무담당자가 피고인에게 금융거래 목적 등의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추가적인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거나 이를 확인했다는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A 씨가 법인 명의 계좌를 개설하면서 작성한 계좌개설신청서나, 제출된 관련 서류들은 법인 계좌개설 시 기본적인 서류일 뿐이며, 계좌 명의자인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거나 운영될 것이라는 등의 진실한 금융거래 목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아니다”라며 “이 부분과 관련해 심사업무를 담당하는 금융기관의 업무담당자는 금융거래 목적의 진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추가로 객관적 자료의 제출을 요구하는 등 적절한 심사절차를 진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출처 법률신문 홍윤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