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하반신마비 산재 34년 뒤 장 질환 사망… “인과관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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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신 완전마비와 진폐증 등으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아 30여 년간 요양하던 중에 독성 거대결장(장이 거대하게 확대되는 현상)으로 사망한 것은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워 산업재해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최수진 부장판사)는 지난 7월 12일 망인 A 씨의 배우자인 B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청구소송(2022구합82356)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A(사망 당시 77세) 씨는 1986년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인해 양측 하지마비, 방광 결석 등으로 요양을 하다 2013년 6월 치료를 마치고 장해등급 제1급 제8호(하반신 완전마비, 신경인성 방광으로 도뇨관 삽입상태)판정을 받았다. 그는 이전에 광부로 근무한 이력으로 같은 해 11월 장해등급 제3급 제6호 판정(진폐증의 병형이 제1형 이상이면서 동시에 심폐기능에 중등도 장해가 남은 사람)도 받았다. 진폐증은 폐에 분진이 쌓여 조직 반응이 일어난 것으로, 주로 석탄가루 때문에 발생한다.
A 씨는 신경인성 방광(신경 질환과 연관된 방광과 요도기능 이상)으로 발생한 방광 결석 치료를 위해 2014년 4월부터 5월까지 1차 재요양을 했고, 이후 신경인성 방광이 재발하거나 악화돼 2015년 9월 2차 재요양을, 같은 해 11월부터 12월까지 3차 재요양을 했다. 또 A 씨는 2003년 9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진폐 정밀진단 및 치료 등을 위해 요양 및 재요양을 했다. 그러던 중 2020년 9월 독성 거대결장으로 병원에서 사망했다.
B 씨는 "남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이 A 씨가 기존 승인상병과 그 후유증으로 사망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부지급 처분을 했다. B 씨는 불복해 심사를 청구했지만 공단이 2021년 10월 기각결정을 하자 재심을 청구했고 재심사에서도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법원은 B 씨가 제출한 증거와 내세운 사정만으로는 B 씨의 사망인 독성 거대결장과 기존 승인상병 및 합병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독성 거대결장의 가장 흔한 발생원인은 염증성 장질환이며 그 외에 패혈증과 장관 감염 등에서도 발병될 수 있다"며 "A 씨의 주치의와 공단 자문의사들의 소견, 법원 감정의의 의학적 소견에 의하면 A 씨의 사망원인은 독성 거대결장으로 보이고, 사망진단서에도 사망원인이 '독성 거대결장'으로 기재돼 있을 뿐 기존 승인상병과 관련된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 감정의는 A 씨의 경우 대장내시경 및 부검을 시행하지 않아 정확한 원인을 알기 어렵지만 기존 승인상병 및 합병증이 독성 거대결장을 직접적으로 발생시켰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소견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또 "기존 승인상병 및 그 합병증으로 인한 전신쇠약과 면역력 저하 상태가 사망과 조건관계를 갖는다고 볼 여지가 일부 있다고 하더라도, 망인의 사망에 유력한 원인으로 작용했다거나 기존 승인상병 및 그 합병증에 내재하는 고유한 위험이 구체적으로 현실화된 것이라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출처 법률신문 안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