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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왜 야한 책 보냐" 혼나 스스로 숨진 학생… 교사, 징역형 집유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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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9회 작성일 24-10-1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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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학습 시간에 소설책을 본 학생에게 '야한 책을 봤다'며 꾸짖고 체벌한 교사에게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수치심을 느낀 학생은 교내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숨졌고 법원은 교사가 학생에게 정서적 학대 행위를 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대법원 형사3부
(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달 12일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아동학대 재범예방강의 수강 40시간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2020도12920).

 
포항시의 한 중학교 도덕교사로 근무하던 A 씨는 2019년 3월 3학년 한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자율학습을 지시했다. 당시 소설책을 읽던 B(14)군에게 "이거 야한 책 아닌가"라며 책을 빼앗아 책장을 넘겨봤다. 당시 B 군은 야한 책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A 씨는 책을 교탁 쪽으로 들고 가 "내가 이 책을 다 읽고 야한 내용을 찾으면 너 혼난다"라고 말하며 책 중간에 가슴을 노출한 소녀의 삽화를 학생들에게 보여주며 "이 그림이 선정적이야, 아니야?"라고 질문한 뒤 B 군에게 교실 앞으로 나와 '엎드려뻗쳐'를 하라고 시켰다. 이밖에도 다른 학생에게 대신 책을 읽고 선정적인 부분을 찾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B 군이 읽던 책은 표지에 '15세 미만 구독불가'라고 명기돼 있기는 했지만 중·고교생이 흔히 접할 수 있던 대중 소설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B 군은 다음 체육 수업시간에 유서를 남기고 투신해 사망했다. A 씨는 아동학대신고의무자로서 보호하는 피해아동에 대해 정서적 학대 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아동의 정신건강과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했다"며 A 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관련기관에 5년간의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항소심은 A 씨의 행위가 정서적 학대행위라는 점, 정당행위가 아니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집행유예로 형을 낮췄다.


대법원도 원심이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A 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학교의 교사가 훈육이나 지도의 목적으로 한 행위이더라도 정신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로서 아동인 학생의 정신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신건강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정도에 이른다면, 초·중등교육법령과 학칙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그 요건과 절차를 준수하는 등 법령과 학칙의 취지를 따른 것이 아닌 이상, 구 아동복지법이 금지하는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며 "교사의 이러한 행위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으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지만 그 해당 여부를 판단할 때는 △교사가 악의적·부정적 태도가 아닌 교육상의 필요, 교육활동 보장, 학교 내 질서유지 등을 위한 행위였는지 △학생의 기본적 인권과 정신적·신체적 감수성을 존중·보호했는지 △ 교육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다고 평가되는지 △법령과 학칙의 취지를 지키지 못할 긴급한 사정이 있었는지 △그 밖에 학생의 연령, 성향, 건강상태, 정신적 발달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출처 법률신문 박수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