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출근 중 뇌출혈… “기저 질환 있어도 업무상 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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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교통사고로 인해 기저 질환이 악화돼 뇌출혈이 발생한 경우 뇌출혈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단독 김주완 판사는 7월 17일 A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소송(2023구단53020)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B 사에 근무하며 락카룸 관리, 사우나 정리, 청소 등의 업무를 맡아온 A(사고 당시 67세) 씨는 2019년 3월 새벽 4시반경 자동차를 운전해 출근하던 중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을 하다가 반대편 차선의 전신주와 충돌했다. A 씨는 사고 직후 119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로 이송됐고, 병원에서 ‘개방창(찢어져서 바깥쪽으로 벌어져 있는 상처)이 없는 대뇌출혈, 기저핵의 뇌내출혈’이라는 중증 진단을 받았다. A 씨는 “뇌출혈은 업무상 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대뇌출혈 등은 외상과 관련이 없는 자발성 뇌내출혈로 확인된다”며 “오히려 대뇌출혈 등이 선행돼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돼 사고와 뇌출혈 사이의 인과관계가 없다”며 2021년 12월 요양불승인처분을 했다. A 씨는 “출근을 위해 운전을 하던 중 졸음운전을 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사고로 인해 차량 내부에 연기가 가득 차는 등 급박한 상황에 처해 놀라면서 교감신경계가 항진돼 혈압이 상승해 뇌출혈이 촉발된 것”이라며 공단의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이 사건에서는 △A 씨가 졸음운전을 하여 사고가 발생했고 사고의 영향으로 뇌출혈이 발병한 것이라면 출퇴근 재해에 해당할 수 있으나 △뇌출혈이 발병해 A 씨가 의식을 잃으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면 뇌출혈은 출퇴근 재해에 해당하지 않고 평소 업무상 과로로 인하여 발병한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는 점이 쟁점이 됐다.
법원은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 씨의 기저질환이 뇌출혈의 주된 발생원인이라고 하더라도 8년 이상 사업장에서 별다른 문제 없이 근무를 하다가 사고 발생 당시 뇌출혈이 발병한 것에 비춰보면 적어도 출근 중에 발생한 사고가 심장질환과 고혈압 등 기저질환에 겹쳐 뇌출혈을 유발 또는 악화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출처 법률신문 유지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