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공소시효 지났는데 항소심 공소장 변경… “면소”
페이지 정보
본문
기소 시점을 기준으로 공소시효가 완성된 혐의에 대해 항소심에서 공소장이 변경됐다면, 해당 혐의에 대해선 면소 판결을 선고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공문서위조, 위조공문서행사, 약사법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2024도8454).
A 씨는 약사가 아닌데도 약국에서 직원으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사 B 씨의 면허를 대여 받아 그 약사 명의로 약국을 개설한 혐의로 지난해 6월 기소됐다. A 씨는 B 씨의 약사 면허를 대여받아 자신이 개설등록해 약국을 운영하는 것인 데도, 마치 B 씨가 직접 약국을 운영하는 것처럼 속여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 명세서를 제출한 행위에 대한 사기 혐의도 받았다. 이와 함께 자신이 약국에서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가지고 나온 공문서인 보건복지부 장관 명의로 된 약사면허증 사본을 다시 복사하는 방법으로 약사면허증 사본을 만들고, 또 이를 게시해 공문서위조 및 위조공문서 행사 혐의도 받았다. 약국 개설을 위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서상 대리인 란에 B 씨의 이름을 자필로 기재한 다음 서명하고, 이를 계약 상대방에게 교부한 행위에 대한 사문서 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 혐의도 적용됐다.
1심은 A 씨에 대한 약사법 위반, 사기, 공문서 위조 등 일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 혐의는 무죄가 선고됐다. 1심은 사문서위조 혐의에 대해 “적법하게 받은 대리권에 기초해 B 씨를 대리해 부동산임대차계약서를 작성했다고 볼 수 있으므로 계약에 따른 법률적 효력, 즉 권리·의무는 본인인 B 씨에게 적법하게 귀속된다”고 밝혔다.
항소심에서 검찰은 무죄 부분 중 사문서위조에 관해 사서명위조(서명을 위조, 행사)로 공소장을 변경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항소심은 사서명위조에 대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1심 판결을 파기하고 A 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 씨가 타인의 서명을 위조하고 행사한 것이 2016년 9월인데,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난해 6월 공소가 제기돼 공소시효가 완성됐기 때문에 해당 혐의를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이 부분에 대한 원심 판단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대한 법정형을 기준으로 공소제기 당시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된 경우에는 공소시효의 완성을 이유로 면소판결을 선고해야 한다”며 “원심은 공소시효 완성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법률신문 한수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