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인을 증인으로 소환한 경우, 불출석해도 과태료 부과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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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한 과거의 사실을 진술할 지위에 있지 않은 감정인에 대해서는 증인신문이 아니라 감정인신문으로 진행해야 하고, 그를 증인으로 소환했더라도 소환장을 송달받고 불출석했다는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결정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31일 과태료 일부인용결정에 대한 재항고 사건(2023모358)에서 이같이 판단하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법의학자인 A 씨는 한 피고인에 대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경찰로부터 피해자에게 발생한 골절 경위 등에 관한 감정을 위촉받고, 전문가로서의 판단을 기재한 감정서를 제출했다. 1심은 이 사건에서 A 씨에게 증인 출석을 고지했지만 출석하지 않자 과태료 500만 원을 부과했다. A 씨가 이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하자, 원심은 과태료 부과 결정은 정당하다고 하면서도 과태료 액수가 무겁다고 보아 1심 결정을 취소하고 과태료를 100만 원으로 낮췄다.
대법원은 A 씨가 감정증인의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A 씨를 감정증인으로 소환한 뒤 불출석에 대한 제재로 과태료를 부과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감정인은 특별한 학식과 경험에 의해 알고 있는 판단을 법원에 진술·보고하는데, 감정에 관해 형사소송법(형소법)의 증인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지만 감정인이 소환에 응하지 않더라도 구인할 수는 없다”며 “감정인이라고 하더라도 특별한 지식에 의해 알게 된 과거의 사실에 대해 진술해야 하는 경우에는 증인에 해당하는 감정증인으로서 증인신문절차에 따라 신문해야 하지만, 감정인이 감정서를 제출한 경우엔 기재된 의견에 관한 설명을 추가로 듣는 절차 등은 과거의 사실을 진술하는 지위에 있지 않은 이상 증인신문이 아니라 형소법 제1편 제13장의 감정에 관한 규정에 따라 소환하여 진행하는 감정인신문으로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따라서 경험한 과거의 사실을 진술하지 않는 감정인을 법원이 증인이나 감정증인으로 소환한 경우, 감정인이 소환장을 받고 출석하지 않았더라도 그 불출석에 대한 제재로서 형소법 제151조 제1항에 따른 과태료를 부과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법리는 법원으로부터 감정의 명을 받아 형소법에 따라 선서를 하고 감정을 행한 감정인에게 적용되는 것은 물론, 형소법에 따라 수사기관에 의해 감정을 위촉받은 사람이 감정의 결과로 감정서를 제출한 경우 그에 관한 법정에서의 진술이 그가 경험한 과거의 사실에 관한 것이 아니라 감정인으로서의 학식과 경험에 의해 얻은 일정한 원리·판단을 진술하는 것임이 명백한 때에도 마찬가지”라며 “이때에는 필요한 범위 내에서 형소법 관련 절차를 거쳐 감정인신문으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검사나 사법경찰관의 위촉에 따라 감정을 수행한 사람이 공판절차에서 전문적 학식 등에 얻은 자신의 판단을 진술하는 것이 명백한 경우, 이 진술은 다른 감정인을 통해서도 가능하기 때문에 그를 증인 또는 감정증인으로 소환해 신문한다면 실체 규명을 위해 대체가능성이 없는 증인에게 인정되는 구인 등 조치를 비롯한 법정 출석 의무를 부과하는 부당한 결과가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