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공인중개사가 ‘권리금계약’하고 돈 받으면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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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가 종전 임차인과 신규 임차인 사이의 권리금계약서를 작성하고 수수료를 받는 것은 ‘행정사법 위반’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부동산 매매 또는 임대차 계약 등 과정에서 받는 중개 수수료와 별개로 ‘권리금 계약’은 반드시 계약에 수반되지 않을 뿐 아니라 종전 임차인과 신규 임차인 사이에 주고받게 되기 때문에 공인중개사의 업무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달 12일 행정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벌금 100만 원의 선고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24도1766). 행정사법은 행정사가 아닌 사람이 권리 의무나 사실 증명에 관한 서류를 작성하는 업무를 업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공인중개사인 A 씨는 2020년 8월경 한 어린이집 부동산임대차계약을 중개하면서 어린이집의 종전 임차인 C 씨와 신규 임차인 D 씨 사이의 권리금계약서인 ‘컨설팅(인가용역, 시설·관리) 계약서’를 작성하고 수수료 명목으로 250만 원을 받았다. 이에 A 씨 등은 행정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이 사건 컨설팅 계약은 어린이집에 관한 영업권의 양도에 따른 권리금계약에 해당하는 것이 분명하고, A 씨 등이 그 권리금 계약을 중개하고 권리금 계약서를 작성한 것은 구 행정사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권리·의무나 사실증명에 관한 서류’를 작성한 것에 해당한다”며 “또 권리금은 상가건물의 영업시설·비품 등 유형물이나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점포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무형의 재산적 가치의 양도 등의 이용대가로서, 영업권의 양도에 따른 권리금 계약을 중개하고 권리금 계약서를 작성하는 행위는 공인중개사법과 그 시행령에서 공인중개사의 업무범위로 정하고 있는 중개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행정사법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의 당사자는 임대인 E 씨와 새로운 임차인인 D 씨이고, 이 사건 컨설팅계약서의 당사자는 전 임차인이자 영업양도인인 C 씨와 새로운 임차인이자 영업양수인인 D 씨로 그 당사자들이 서로 다르다”며 “따라서 컨설팅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임대인 E 씨와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전 임차인 C 씨가 반드시 컨설팅계약과 임대차계약이 전체로서 하나의 법률효과를 가지는 계약으로 취급될 필요가 없고 다른 계약이 체결되지 않으면 이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의사도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다”고 부연했다.
항소심도 1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피고인 측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