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정년 도래, 근로계약기간 만료, 폐업 등 이후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과 구제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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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당시 이미 정년에 이르거나 근로계약기간이 만료하는 등의 사유로 근로자의 지위에서 벗어난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소멸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와 같은 법리는 해고 이외의 징계나 그 밖의 징벌 등에 대한 구제신청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근로기준법 제28조 이하에서 정한 부당해고 등 구제명령제도는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 등과 같이 사용자의 징계권 내지 인사권의 행사로 인해 근로자에게 발생한 신분상ㆍ경제적 불이익에 대하여, 민사소송을 통한 통상적인 권리구제 방법보다 좀 더 신속ㆍ간이하고 경제적이며 탄력적인 권리구제 수단을 마련하는 데에 그 제도적 취지가 있다. 따라서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을 할 당시 이미 근로자의 지위에서 벗어난 경우라면, 과거의 부당해고 등으로 인한 손해를 보상받을 목적으로 행정적 구제절차를 이용하는 것은 부당해고 등 구제명령제도 본래의 보호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아야 한다.
A공사는 2018.12.28. 원고에 대하여 정직 1개월의 징계처분을 하였고, 원고는 12.31. 정년퇴직하였다. 원고는 2019.1.3. 정직의 취소와 정직에 따른 임금 감액 상당액의 지급을 구하는 구제신청을 하였다.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원고의 정년퇴직으로 근로관계가 종료되었으므로 원고에게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구제이익)이 없다며 그 신청을 각하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
원고가 제기한 재심판정취소의 소에서 제1심판결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여 해고의 효력을 다투던 중 정년에 이르거나 근로계약기간이 만료하는 등의 사유로 원직복직이 불가능하여도 해고기간의 임금상당액 지급을 바라는 구제이익이 유지되는데, 이는 이미 정년퇴직한 근로자가 종전의 정직에 따른 임금 감액 상당액의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부당정직 구제신청을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며, 재심판정을 취소하였다. 원심판결은, 부당정직 구제신청 당시 이미 정년에 이르거나 근로계약기간이 만료하는 등의 사유로 원직복직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근로자가 부당정직의 효력을 다투던 기간 중의 근로관계의 불확실성에 따른 법률관계를 정리할 필요성이 없어 구제이익이 없다는 피고(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추가 주장’에 대하여, 부당정직 구제신청 당시 이미 정년이 지난 원고에게 정직기간의 임금상당액 지급에 관한 구제이익이 있다는 판단을 길고 자세하게 덧붙였다. 이 추가 주장에 대한 원심판결의 판단이 대상판결에서 쟁점이 되었다.
대상판결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당시 이미 정년에 이르거나 근로계약기간이 만료하는 등의 사유로 근로자의 지위에서 벗어난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소멸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와 같은 법리는 해고 이외의 징계나 그 밖의 징벌 등에 대한 구제신청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하였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판결이유 순서를 바꾸거나 한데 묶기도 하였다).
근로자의 보호나 절차경제적 측면에서, 근로자가 신속한 구제를 받기 위해 행정적 구제절차를 이용하였는데 중간에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되었다는 이유로, 그 신청인을 구제절차에서 배제하거나, 그동안 노동위원회가 진행한 조사나 그 조사결과를 토대로 내린 판정을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되었다는 이유로 모두 무위로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볼 여지가 있으나, 구제신청 당시 이미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된 경우에는 그러한 고려를 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된 시점을 구제신청 이전과 이후로 구분하여 구제이익의 존부를 달리 취급하는 것은 충분히 합리적이다.
부당해고 등 구제명령제도는 민사소송을 통한 통상적인 권리구제 방법보다 좀 더 신속ㆍ간이하며 경제적이고 탄력적인 권리구제 수단을 마련하는 데에 그 제도적 취지가 있다. 따라서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 당시 이미 근로자의 지위에서 벗어난 경우에까지 과거 부당해고 등으로 인한 손해를 보상받을 목적으로 행정적 구제절차의 이용을 허용하는 것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제재로서 가하는 불이익한 처분에 대한 구제라는 부당해고 등 구제명령제도의 본래의 보호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이 내려지면 사용자는 이를 이행하여야 할 공법상의 의무를 부담하고(이행하지 않으면 3천만 원 이하의 이행강제금 부과), 확정된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사용자는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따라서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 당시 이미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된 경우에도 근로자의 구제이익을 인정하면 사용자에게 공법상 의무를 지나치게 부과하거나 형사처벌의 범위를 확대하는 결과가 된다.
대법원 2020.2.20. 선고 2019두52386 전원합의체 판결은 부당해고 등의 효력을 다투던 중 정년에 이르거나 근로계약기간이 만료하는 등의 사유로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도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을 필요가 있다면 임금 상당액 지급의 구제명령을 받을 구제이익이 인정된다는 취지이다. 따라서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을 하기 전에 이미 근로자의 지위에서 벗어난 경우에까지 그 법리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수 없다. 또한 2021.5.18. 개정 「근로기준법」 제30조 제4항(신설)은 부당해고 등 ‘구제절차 도중’ 근로계약기간의 만료, 정년의 도래 등으로 근로자의 원직복직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근로자에게 임금 상당액 지급의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이고, 구제신청 당시 이미 근로계약관계가 소멸하여 근로자의 지위에서 벗어난 경우에까지 구제이익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의미로는 해석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에게 부당해고 등에 대해 구제신청권을 부여하고 있으므로,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 당시 이미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된 경우에는 더 이상 근로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으며,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을 하기 전에 그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근로계약관계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구제신청권을 갖는 근로자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원심판결과 대상판결이 밝힌 것처럼, 부당해고 등 구제명령제도는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 등과 같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제재로서 가하는 불이익한 처분에 대하여, 민사소송을 통한 소송절차의 번잡성, 절차의 지연, 과다한 비용부담 등의 폐해를 지양하고 좀 더 신속ㆍ간이하며 경제적이고 탄력적인 권리구제 수단을 마련하는 데에 그 제도적 취지가 있다. 근로자 보호 목적의 근로기준법에 담긴 그러한 취지의 제도는 폭넓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대상판결에 따르면, 근로자는 반드시 정년에 이르거나 근로계약기간이 만료하기 전에 구제신청을 하여야 한다. 결국 정년이 임박한 근로자 또는 통상 2년 이하로 근로계약기간을 정하는 기간제근로자의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구제신청의 제척기간(3개월)이 잔존 근로기간으로 한정되는 결과를 초래하는데, 그러한 결과는 부당해고 등으로부터 열악한 지위에 있는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근로기준법의 목적에도 반한다. 근로기준법의 목적과 부당해고 등 구제명령제도의 취지, 그리고 그 제도의 적용 배제가 가져올 부당한 결과를 고려할 필요성은 크므로 대상판결과 같은 사안에서 그 신청인을 구제절차에서 배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된 시점을 구제신청 이전과 이후로 구분하여 구제명령을 구할 이익의 존부를 달리 취급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 게다가 구제신청의 제척기간은 3개월로 아주 짧고 그 정도의 예측 가능한 보호가 사용자에게 공법상의 의무를 지나치게 부과하거나 형사처벌을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대상판결이 개정 근로기준법을 ‘구제절차 도중’ 근로계약기간의 만료, 정년의 도래 등으로 원직복직이 불가능한 경우로 한정하여 해석ㆍ적용하였으므로, 당장 원심판결의 취지와 같은 입법 개선이 없다면, 앞으로는 대상판결과 같은 사안은 부당해고 등 구제명령제도보다 좀 더 신속ㆍ간이하지 않으며 경제적이지 않고 탄력적이지 않은 권리구제 수단인 민사소송절차를 통해 해결하는 수밖에 없게 되었다. 대상판결과 같이 개정 근로기준법을 해석ㆍ적용하더라도, 원직복직이 불가능하여도 임금상당액 지급 등의 구제이익을 인정할 수 있는 근로계약관계의 종료 사유인 “근로계약기간의 만료, 정년의 도래 등”에는 폐업은 물론이고, 위수탁업체 변경, 자발적 사직(퇴직)이나 당연퇴직(면직) 등 그 명칭을 불문하고 객관적으로 원직복직이 불가능한 사유도 포함하여야 한다. 정년의 도래 등의 사유 그 자체가 부당해고라며 구제신청을 하였다면, 외형상으로는 구제신청을 할 당시 그 사유로 이미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되어 더 이상 근로자의 지위에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이더라도, 구제신청을 하기 전에 그 사용자와 관계에서 근로계약관계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구제신청을 할 수 있는 근로자의 범위에 포함된다. 이는 지금도 그러하고, 앞으로도 지금과 달라지는 것은 없다.
출처:장영석(전국언론노동조합, 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