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정상이냐, 병원 좀 가봐라" 박근혜 사저 앞에서 다른 유튜버 비난…대법 "모욕죄 해당 안 돼" 파기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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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 앞에서 유튜브 생중계 방송을 하던 유튜버가 자신과 정치 성향이 다른 유튜버에게 "저게 정상이냐, 병원 좀 가봐라"라는 발언을 해 모욕죄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대법원이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발언 경위와 당시 상황 등을 종합했을 때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정도로 모욕적인 표현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 9일 모욕죄 혐의로 기소된 유튜버 A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2024도2131).
채널 구독자 3만 명을 보유한 A 씨는 2022년 3월 대구 달성군 유가읍 박 전 대통령 사저 앞 노상에서 유튜브 방송을 하던 중 반대편에서 유튜브 방송을 하던 피해자 B 씨에게 "저게 정상이냐, 병원 좀 가봐라. 상담 좀 받아 봐야겠다. 상당히 심각하다"라고 말하며 피해자 B 씨를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의 발언이 형법 제311조 '모욕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재판에서 쟁점이 됐다.
A 씨는 "피해자를 모욕하려는 의도가 없었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마음에서 심리치료사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보라고 권유한 것에 불과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과 항소심 모두 A 씨의 발언이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발언이어서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A 씨의 발언이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을 나타내 피해자를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무례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발언 당시 정황과 전체적 맥락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봤을 때 객관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적 언사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형법 제311조의 모욕죄에서의 '모욕'은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의미하는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며 "어떤 표현이 모욕에 해당하는지는 상대방의 주관적 감정이나 정서상 어떠한 표현을 듣고 기분 나쁜지 등 명예감정을 침해할 만한 표현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당사자들의 관계, 해당 표현에 이르게 된 경위, 표현방법, 당시 상황 등 객관적인 여러 사정에 비춰 상대방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인지를 기준으로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발언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는 정치적 성향을 달리해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피고인이 방송을 진행하던 중 근처에 있는 피해자가 훼방 발언을 해 실랑이를 벌이다가 피해자에게 "B 너 보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니 입 다물어라. 경찰관계자도 보고 있지만 저 여자가 정상적인 사람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했고, 이에 피해자가 "입 다물어라? 정상이 아닌 것은 너다"라고 말하자 피고인이 "병원 좀 가봐라. 상담 좀 받아 봐야겠다. 상당히 심각하다. B"라고 말한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이 사건 발언이 형법 제311조의 모욕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형법상 모욕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으므로 파기한다"고 판시했다.
법률신문 홍윤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