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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명의 도용해 대리로 사기 대출 "피해자는 표현대리 책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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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3회 작성일 25-07-1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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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모집업체의 사기 행위로 체결된 대출계약과 관련해 명의도용 피해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리행위를 가장한 대출 계약이 이뤄진 경우 표현대리 이론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더라도, 그 계약을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금융기관에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금융기관이 대출모집법인을 활용해 대출 업무를 분업한 이상 이에 따른 위험과 불이익도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6월 5일 오릭스캐피탈 주식회사가 A 씨를 상대로 낸 대여금 청구 소송 상고심(2023다232526)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실 관계]

원고 오릭스캐피탈은 대출모집법인 휴먼트리에 대출모집업무를 위탁했다. 휴먼트리의 운영자와 업무담당자 등은 다른 대출 건으로 피고 A 씨의 인감증명서 등을 소지하고 있었다. 이들은 위조된 A 씨 명의의 대출신청서 및 대출계약서 등과 대출서류를 A 씨로부터 진정하게 접수받은 것처럼 오릭스캐피탈에 제출해 이 사건 대출계약이 체결되게 했다. 오릭스캐피탈은 A 씨가 이 사건 대출계약에 관해 표현대리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출원리금의 지급을 청구했다.

 
민법 126조(권한을 넘은 표현대리)는 "대리인이 그 권한 외의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제삼자가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본인은 그 행위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쟁점]

대리행위의 표시를 하지 아니하고 마치 본인인 것처럼 기망해 본인 명의로 직접 법률행위를 한 경우 민법 126조의 표현대리 법리를 적용할 수 있는지.

[하급심]

1심은 민법 126조의 표현대리에 따라 피고가 대출계약에 관한 책임을 부담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피고에게 책임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은 "피고가 전혀 관여하지 않은 채 위조한 서류를 기초로 이뤄진 이 사건 대출계약에는 대리행위 이론을 적용할 수 없다"며 "원고가 대출계약이 피고 본인의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고 믿었더라도, 이는 금융기관인 원고가 본인 확인의무와 대출모집법인 사용 시 준수해야 할 주의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은 원심이 표현대리에 관한 법리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은 잘못이지만, 원고에게 대출 신청을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의 표현대리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의 결론을 수긍하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금융회사인 원고는 본인이 해야 할 대출업무 중 핵심적인 부분인 대출신청서 및 대출계약서 등의 신청인 자필서명 확인, 대출구비서류의 확인, 임대차조사 등의 업무를 이 사건 위탁계약을 대출모집법인에 위탁했다"며 "원고는 이를 통해 대출상품의 판매를 촉진하고 분업의 이익을 누리는 한편 대출신청서류의 위조 여부 등을 직접 조사하고 확인할 기회를 스스로 제약하는 거래 구조를 선택했으므로, 그로 인한 불이익이나 위험도 원칙적으로 원고가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설령 대출모집인이 금융회사와의 위탁관계를 이용해서 타인 명의를 모용해 대출계약을 체결하고, 금융회사가 그러한 사정을 알지 못했더라도, (정상적인 거래라고)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쉽게 인정할 것은 아니"라며 "전문금융기관인 원고로서는 대출을 실행한 후에도 이중대출이 아니었는지 사후적으로 점검해 대출모집인의 업무를 관리·감독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심의 이유 설시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이 사건 대출계약에 관해 피고의 표현대리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표현대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출처 법률신문 안재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