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대표이사가 법인 명의 계좌 사용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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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
법인 대표이사가 범죄 등 탈법 행위를 목적으로 회사 명의 계좌를 사용한 행위는 법인 명의를 수단 삼아 자신의 금융거래를 한 것이므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표이사가 자신이 대표이사인 법인 명의의 계좌를 사용하는 행위가 금융실명법 위반죄가 성립하는지에 대해 대법원이 처음으로 판단 기준을 제시한 판결이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6월 5일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 등의 상고심에서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혐의를 무죄라고 판단한 원심 판단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5도676).
[사실관계]
A 씨 등은 인터넷 도박 범죄조직, 인터넷 투자사기 범죄조직 등에 상품권 매매업체인 것처럼 가장해 설립된 허위의 법인 명의의 계좌를 제공하고, 위 계좌로 송금된 범죄수익금을 현금으로 인출해 범죄조직원들에게 전달한 후 수수료를 받기로 공모했다.
A, B, C 씨는 2023년 4월부터 5월까지 피해자 17명으로부터 총 152회에 걸쳐 편취한 12억8000만 원을 상품권 매매업체를 가장해 설립된 법인 명의 계좌 등으로 송금받은 다음 현금으로 인출해 범죄조직원들에게 전달했다. A, B, E 씨는 같은 수법으로 2023년 3월경 피해자가 송금한 현금 1500만 원을 인출해 이같이 범행했다. A, B, D 씨도 비슷한 수법으로 2023년 7월경 합계 9000만 원을 인출해 조직원들에게 전달했다.
검찰은 성명불상의 조직원들과 공모해 불법재산의 은닉, 자금세탁행위 또는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했다는 혐의로 A 씨 등을 기소했다.
[하급심 판단]
1심은 A 씨 등의 금융실명거래법, 범죄수익 은닉법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으나 사기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금융실명거래법 혐의를 무죄라고 봤다. 각 법인 명의의 계좌를 이용하던 시점에 그 법인 대표이사가 피고인들이었고, 주식회사는 자신 명의로 금융거래를 할 수 있으나 법인 특성상 기관을 통해 활동할 수밖에 없으므로 대표이사 등이 자신이 대표이사 등으로 재임하는 주식회사 명의 계좌를 사용하는 행위는 주식회사가 대표이사 등을 통해 자신 명의의 계좌를 사용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법인의 대표자 지위에 있는 행위자가 형식적으로는 법인의 명의로 금융거래를 하였으나 실질적으로는 자신의 범죄 등을 위하여 법인의 명의를 수단으로 삼아 자신의 금융거래를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 그 금융거래는 이 사건 처벌규정에서 정한 ‘타인의 실명으로 한 금융거래’에 해당한다"며 "이러한 금융거래에 해당하는지는 오로지 범죄 등 목적으로 법인을 설립해 그 목적을 위해 법인 명의로 금융거래 계좌를 개설·이용했는지를 포함해 법인의 설립 목적과 경위, 금융거래 계좌의 개설 경위와 이용 현황, 법인의 실제 운영 현황과 방식, 금융거래 대상이 된 자금의 조달방법 및 사용내역, 법인의 활동과 행위자의 범죄 등 사이의 상관관계, 법인의 형해화 정도, 금융거래에 따른 실질적 이익의 귀속 주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범죄수익금의 자금세탁 등 범죄를 목적으로 이 사건 각 법인을 세운 뒤 법인 명의 계좌를 개설해 범죄수익금의 자금세탁 등 다수의 금융거래를 했다"며 "피고인들의 이 사건 각 법인 명의 계좌를 이용한 금융거래에 따른 이익은 범죄수익금의 자금세탁에 따른 수수료 취득으로 보이는데, 실질적으로 그 이익은 이 사건 각 법인에 귀속된 것이 아니라 금융거래를 한 피고인들에게 귀속됐음이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으로 피고인들이 처음부터 범죄수익금의 자금세탁 등의 범죄를 목적으로 이 사건 각 법인의 명의를 수단으로 삼아 자신의 금융거래를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그 금융거래는 모두 이 사건 처벌규정에서 정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출처 법률신문 홍윤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