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112에 허위 신고해 대대적 수색까지… “공무집행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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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원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며 112에 허위 신고해 경찰이 불필요했던 대응조치를 한 경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14일 무고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위계공무집행방해 부분을 무죄로, 무고와 경범죄처벌법 위반 부분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등을 선고한 원심 일부를 파기하고 인천지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2024도11629).
A 씨는 2022년 11월 모바일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B 씨를 만나, B 씨가 배달원인 척하는 내용 등의 상황극을 하기로 한 뒤 이를 휴대폰으로 촬영했다. A 씨는 B 씨와 합의 아래 상황을 연출했으면서도 같은 날 112에 신고해 “배달이라고 해서 문을 열었는데 그 사람이 머리채를 잡고 가슴을 만지고 도망갔다”고 허위 신고를 했다. 이후 출동한 경찰에게 음식 배달 앱을 통해 주문을 했는데 배달원이 추행을 했다며 동영상을 제출했다. A 씨는 이듬해 1월 초까지 진행된 피해자 조사에서도 같은 내용으로 허위 진술을 했다. 신고 당시 다수 경찰관과 순찰차 6대가 현장에 긴급 출동해 대대적으로 수색·탐문했으며 A 씨에게 임시숙소 숙박비와 스마트워치 지급 등 피해자보호조치를 하게 했다. 이후 허위 신고로 확인돼 A 씨는 무고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에선 허위 신고로 인한 위계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 여부가 쟁점이었다. 대법원은 A 씨가 허위 신고를 해 경찰관들이 사건 당일부터 이듬해 1월까지 A 씨가 신고한 범죄 혐의 확인을 위한 수사를 하게 한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한 원심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의자가 수사기관에서 허위사실을 진술하거나 허위의 증거를 제출했다고 하더라도, 수사기관이 충분한 수사를 하지 않은 채 허위의 진술과 증거만으로 증거의 수집·조사를 마쳤다면, 이는 수사기관의 불충분한 수사에 의한 것으로서 피의자 등의 위계에 의하여 수사가 방해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A 씨의 허위 신고로 경찰관 등 공무원의 오인이나 착각이 있었더라도 해당 혐의에 대해선 경찰관들이 충분한 심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계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허위 신고를 해 경찰관들이 임시숙소 숙박비와 스마트워치 지급 등 보호조치를 취하도록 하여 직무집행을 방해한 혐의에 대해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위계로써 경찰관의 112 신고에 따른 사건처리, 범죄 예방, 범죄피해자 보호 업무에 관한 구체적인 직무집행을 방해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은 무고 부분을 유죄로, 위계공무집행 방해 부분을 무죄로 판단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무고와 경범죄처벌법 위반 부분을 유죄로, 위계공무집행방해 부분을 무죄로 판단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등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