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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주목하는 판결] 공소장변경 없이 ‘준강간죄 불능미수’로 직권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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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87회 작성일 24-06-13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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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

준강간죄의 장애미수로 기소된 사건에서 피해자가 실제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예외적으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에 대한 직권심판의무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그 범위를 확대한 대법원 판결. 

 

대법원 형사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 2024.5.17 선고 2021도9043 판결



[판결 결과]

장애미수로 기소된 A 씨에게 준강간 불능미수 직권심판의무를 인정해 무죄를 선고했던 원심을 파기하고 광주고법으로 환송.



[쟁점]

준강간죄의 장애미수로 기소된 사안에서 공소장변경 없이 준강간죄의 불능미수 성립 여부에 관한 직권심판의무가 인정되는지 여부



[사실관계와 1,2심]

A 씨는 2019년 9월 새벽 공영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피해자의 차에서 술에 취해 잠이 들어 항거불능 상태에 있던 피해자를 간음하려고 했다. 그런데 정신을 차린 피해자가 거부하며 항의하는 바람에 미수에 그쳐 준강간미수로 기소됐다.


1심과 항소심은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 씨에게 준강간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는 보이지만 당시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는 점에 관한 증명이 부족해 준강간죄의 장애미수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고 △A 씨의 행위를 준강간죄의 불능미수로 의율할 수는 있다고 보이기는 하지만,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음'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할 수 있는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다'는 사실과는 기본적 사실관계를 달리하는 것이어서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지치 않고 다르게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있기 때문에 공소장변경 없이 직권으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는 없다는 이유였다.



[대법원 판단(요지)]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해 간음할 의사로 준강간의 실행에 착수했지만,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은 경우에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해 준강간죄에서 규정하고 있는 구성요건적 결과의 발생이 처음부터 불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이때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해 봤을 때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었다면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한다(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심리의 경과에 비춰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더라도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과 대비해 볼 때 실제로 인정되는 범죄사실의 사안이 가볍지 않아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적정절차에 의한 신속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에 비추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라면 법원으로서는 직권으로 그 범죄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 사건의 공판 과정에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 성립 여부와 관련된 심리 및 공방이 이미 충실히 이루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 검사는 “1심판결에 대해 항소하면서 전합 판결 법리에 따라 준강간죄 불능미수의 성립이 인정돼야 하는데도 1심이 무죄로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는 항소이유서를 제출했고 A 씨의 변호인도 이에 대해 A 씨에게 준강간의 고의가 없었으므로 준강간죄 불능미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답변서를 제출했으므로 검사와 A 씨 사이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준강간죄의 불능미수로서 유죄로 인정될 수 있는지에 관한 언급과 공방이 있었다는 점에서도 직권으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신속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에 비춰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


준강간죄의 불능미수 범행과 이 사건 공소사실인 준강간죄의 장애미수 범행 사이에 범죄의 중대성, 죄질, 처벌가치 등 측면에서 별다른 차이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두 범행 모두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겠다는 의사로 저질러지는 것이고, 구성요건적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없다. 구성요건적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원인이 실행의 착수 이전부터 존재하였는지, 실행의 착수 이후 발생하였는지에 관하여만 차이가 있을 뿐인데, 이는 피고인이 행위 당시 인식하지 못한 우연한 사정으로, 본질적 차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의 결론대로라면 아무런 처벌을 할 수 없게 되고, 원심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기판력이 발생하여 준강간죄의 불능미수로 다시 기소할 수도 없다.”



[추가 설명]

“직권심판의무가 인정되기 위한 요건은 △직권으로 유죄로 인정하려는 범죄사실이 공소장변경의 한계(허용범위)를 벗어나지 않아야 함(①) △공소장변경 없이 직권으로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해야 함(②) △나아가 직권으로 다른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의무가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해야 함(③)이다. 이 사건에서는 ③ 요건이 문제가 됐다. 법원의 직권심판의무는 처벌하지 않는다면 적정절차에 의한 신속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에 비춰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예외적으로 인정되어왔다.”

출처:법률신문 박수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