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수사 결과 이유로 '의료급여비용 지급 보류' 의료급여법, 헌법불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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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를 이유로 지방자치단체장이 의료기관의 의료급여비용 지급을 보류할 수 있도록 규정한 의료급여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7일 의료급여법 제11조의5에 대해 대구지법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제청사건(2021헌가19)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다만 개정 시한은 2025년 6월 30일로 정했다.
2019년 11월 경상북도지방경찰청은 A의료법인이 대표이사가 의사가 아님에도 의료인의 면허나 의료법인 등 명의를 대여받아 운영 중인 이른바 '사무장병원'으로,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없는데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해 공단으로부터 2013년 7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47억여 원 상당의 요양 급여비 및 의료급여비를 지급받았다며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경찰은 경산시장에게 이 같은 수사결과를 통보했고, 경산시장은 A의료법인에 대해 의료급여법 제11조의5 등에 따라 의료급여비용의 지급을 보류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불복한 A의료법인은 경산시를 상대로 지급보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중 A의료법인은 의료급여법 제11조의5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고, 대구지법은 이를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해당 조항은 의료급여기관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 등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지자체가 알게 된 경우, 의료급여기관이 청구한 급여비용의 지급을 보류할 수 있도록 한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의료급여기관 개설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지급보류 처분은 잠정적 처분이고, 그 처분 이후 사무장병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져 무죄 판결의 확정 등 사정변경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런 사정변경 사유는 발생까지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에 '지급보류 처분의 취소'에 관해 명시적인 규율이 필요하고 그 '취소 사유'는 '처분 요건'과 균형이 맞도록 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무죄 판결 확정 전이라도 하급심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선고되는 경우, 그때부터 일정 부분에 대해 의료급여비용을 지급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사정변경 사유가 발생할 경우 지급보류 처분이 취소될 수 있도록 한다면 지급보류 기간 동안 의료기관의 개설자가 수인해야 했던 재산권 제한상황에 대한 적절하고 상당한 보상으로서의 이자 내지 지연손해금의 비율에 대해서도 규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항들은 해당 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제한이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이지만, 현재 어떠한 입법적 규율도 없다"고 부연했다.
다만 헌재는 단순 위헌 결정할 경우, 의료급여기금 재정의 건전성 확보라는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내년 6월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출처:법률신문 한수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