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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보이스피싱 '중계기 관리책'에 대법원 유죄 취지 파기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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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08회 작성일 24-10-1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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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지시를 받고 해외 발신 전화번호를 국내 번호로 변작(變作)한 중계기 관리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대법원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9월 13일 사기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 가운데 타인 통신매개로 인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부분을 파기하고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4도7105).

 
퀵배송 기사로 일하던 A 씨는 지난해 2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원으로부터 텔레그램을 통해 "유심과 중계기를 택배로 보내줄테니 시키는 대로 유심을 중계기에 넣고 빼는 작업을 하면 일당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A 씨는 같은 해 3~4월 대구의 고시원과 주거지에서 발신번호 변작 중계기와 공유기를 설치해 인터넷망에 연결한 뒤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지시에 따라 휴대전화 유심 칩을 중계기의 특정 번호에 꽂았다가 옮겨 꽂는 방법으로 47개의 휴대전화 번호를 관리하면서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변작한 번호로 피해자들에게 전화하거나 문자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도록 했다. A 씨는 공유기, 통신중계기를 옮겨 주고 유심 교체 작업을 해준 대가로 총 112만7000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1회당 수령 금액은 3000원~8만 원이었다.

 

1심과 항소심은 "A 씨에게 자신이 설치한 중계기나 유심 등이 범죄를 위한 전화 발신이나 문자 발송에 이용된다는 사실에 대한 미필적 인식이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A 씨가 텔레그램으로 작업을 지시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신분을 단순히 퀵배송 의뢰인이라고 인지했던 것으로 보이고 △A 씨가 통신중계기에 유심을 꽂다가 경찰관이 방문하자 경찰관의 지시에 순순히 응한 점 등으로 볼 때 본인이 한 작업이 범죄와 연관이 있었을 것이라고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A 씨가 수사기관에 자신이 한 작업의 내용을 사실대로 진술하면서도 보이스피싱 조직과의 공모는 일관되게 부인한 점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이밖에 A 씨가 작업 후 대가로 받은 금액에 대해서도 의뢰인이 지정한 장소에 방문해 통신중계기에 유심을 설치하거나 교체해주는 업무에 대한 보수로서 액수가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타인 통신매개로 인한 전기통신사업법위반죄의 고의는 전기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 역무(役務)를 이용해 다른 사람들 사이의 통신을 연결해 준다는 것에 대한 인식을 요할 뿐, 더 나아가 통신이 매개된 타인이 그 통신을 범죄에 이용한다는 것까지 인식할 것을 요하지는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A 씨가 조직원과 공모해 조직원이 A 씨가 관리하는 유심을 이용해 보이스피싱 피해자들과 전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도록 매개함으로써 고의로 전기통신사업법 제30조에서 금지하는 타인통신매개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타인통신매개로 인한 전기통신사업법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되려면 통신이 매개된 타인이 그 통신을 범죄에 이용한다는 것까지 인식했을 것을 요한다는 전제 아래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했다"며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타인통신매개로 인한 전기통신사업법위반죄에서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

출처 법률신문 홍윤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