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경찰이 복지부에서 받은 유권해석 공개 거부는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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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이 정부기관에 요청해 받은 법령 유권해석을 공개하는 것이 수사 활동에 미칠 영향이 미미하다면 수사기관의 공개거부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는 행정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단독 윤상일 판사는 지난 7월 25일 A 씨가 서울 서대문경찰서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사건(2023구단79824)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 씨는 사망한 아버지에 관한 모 대학병원의 의무기록에 아버지를 직접 진료했던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의 서명이 기재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지난해 5월 서대문경찰서에 서명한 의사들을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다.
해당 사건을 담당한 서대문경찰서 소속 수사관 B 씨는 지난해 9월 ‘의사지시기록지에 대한 전자서명 질의 회신 요청’이라는 제목으로 보건복지부에 수사협조의뢰 공문을 보내 그해 11월 복지부로부터 회신을 받았다.
A 씨는 서대문경찰서에 복지부의 회신 내용을 공개해달라며 정보공개청구를 했으나 거부당했다. 회신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4호에서 정한 ‘진행 중인 재판에 관련된 정보와 범죄의 예방·수사, 공소의 제기 및 유지, 형의 집행, 교정, 보안처분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직무수행을 곤란하게 하거나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였다. 이에 불복한 A 씨는 행정소송을 냈다.
법원은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공개청구대상인 정보가 의견서 등에 해당한다고 해서 곧바로 정보공개법에 규정된 비공개 대상 정보라고 볼 것은 아니고, 의견서 등의 실질적인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 수사 방법·절차 등이 공개됨으로써 수사기관의 실질적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만 비공개 대상정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 회신은 정보공개법에서 규정한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 사건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회신에는 '시스템상의 문제로 환자를 진료한 의사가 아닌 병원장이 의사지시기록지에 전자서명을 한 것이 의료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는지'에 관한 보건복지부의 제한적인 유권해석이 기재되어 있다"며 특수한 형태의 수사기법이나 절차 등에 관한 내용이 아니므로 공개되더라도 향후 범죄의 예방이나 정보수집, 수사활동에 영향을 미쳐 수사기관의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관련 형사사건에 대해서 올 5월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이 이뤄져 수사가 종결됐으므로 비공개의 필요나 당위성은 없어졌거나 현저히 떨어졌다고 보는게 맞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사건 회신은 원고가 위 불송치 결정에 대한 불복 여부를 결정하거나, 불복할 경우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으며 원고가 병원 및 그 소속 의사들을 상대로 어떠한 형태로든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데에 필요한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며 "회신을 공개함으로써 얻는 원고의 이익이 비공개로 얻는 공익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고 판시했다.
출처 법률신문 홍윤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