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무허가 건축물 철거 안 해 유죄 판결받고도 재차 철거명령 무시해 기소… “면소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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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장의 시정명령을 받고 이행하지 않아 이미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이, 재차 시정명령 받았음에도 이행하지 않아 다시 기소됐다면 사실관계가 같다는 이유로 면소를 선고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위반행위에 이용된 건축물이 동일해도 이행하지 않은 시정명령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5월 9일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와 B 씨에 대해 면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3도18732).
개발제한구역의 토지를 갖고 있던 A 씨와 B 씨는 2015년 10월 자신들의 토지에 김해시의 허가를 받지 않고 철파이프 구조 축사 1동 등 건축물을 세웠다. 이에 김해시는 원상복구하라는 시정명령을 각각 내렸지만, A 씨와 B 씨는 이행하지 않아 재판에 넘겨져 2019년 5월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이후 김해시는 재차 원상복구하라는 취지의 다른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A 씨와 B 씨는 이행하지 않았고, 결국 또 다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개발제한구역법 위반을 인정해 A 씨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B 씨에게는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과 종전 형사사건 확정판결의 범죄사실은 그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 있어 동일하다”고 판단해 유죄로 판단한 1심을 파기하고 면소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소사실 중 시정명령은 앞선 시정명령을 반복한 것으로 이들에게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시정명령에 의한 의무이행을 독촉하거나 기한을 연기한다는 통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앞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사건과 이 사건에 대한 공소사실이 별개의 절차를 거쳐 이뤄졌으므로 기본적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종전 확정판결의 범죄사실은 2017년 10월 31일자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이 사건 공소사실은 그와 별개의 절차를 거쳐 이뤄진 2020년 6월 29일자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설령 위반행위에 이용된 건축물이 같더라도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 판단에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
출처:법률신문 한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