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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대법원 전합, "퇴직연금 손해배상채권에서 유족연금은 '상속 후 공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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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0회 작성일 24-11-2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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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퇴직 후 공무원·사학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공직자나 사립대학 교수가 직무상 재해로 사망한 경우, 퇴직연금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에서 유족연금을 공제하는 방식을 30년 만에 변경했다. 손해배상채권을 상속인들에게 먼저 분배한 뒤에 유족연금을 받은 상속인의 몫에서만 공제해야 한다는 '상속 후 공제'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유족의 권리 보호를 위해 퇴직 연금에 해당하는 배상금을 상속인들에게 더 많이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1일 교통사고로 사망한 대학교수 A 씨의 유족들이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택시조합)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2021다255853)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학 교수였던 A 씨는 2016년 9월 오토바이를 몰다가 중앙선을 침범해 유턴하던 택시와 충돌하며 사망했다. 배우자인 B 씨와 두 자녀는 택시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에서는 교직원이 사망할 때 가족들 생계 보장 차원에서 유족연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퇴직연금은 배우자와 자녀 등 상속인에게 청구권이 두루 인정되는 반면, 유족연금은 국민연금법을 기준으로 25세 이상 자녀나 60세 미만 부모는 제외되는 등 지급 범위도 다르다. 이 때문에 애초에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금에서 유족연금을 언제 공제하느냐에 따라 유족이 받을 수 있는 실제 액수가 달라진다. 


택시조합은 기존 판례(93다57346)에 따라 퇴직연금 전체에서 유족연금을 먼저 공제하고, 나머지를 상속인들에게 분배하는 '공제 후 상속' 방식을 주장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퇴직연금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을 상속인들에게 먼저 나눈 뒤, 유족연금을 받은 상속인의 채권에서만 공제하는 '상속 후 공제' 방식으로 맞섰다.


법원은 손해배상금을 계산할 때 퇴직연금에서 유족연금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조정하고 있다. 유족들이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퇴직연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택시조합으로부터 받고, 유족연금도 받는다면 일종의 중복 수급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1심은 유족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상속 후 공제' 방식을 인정했다. 1심은 "퇴직연금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은 상속인들에게 각자의 상속분 비율로 나누어지고, 유족연금은 배우자의 몫에서만 공제해야 한다"며 "택시조합은 자녀 2명에게 각각 약 437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기존 판례에 따라 '공제 후 상속' 방식을 채택했다. 유족연금을 먼저 공제한 결과, 퇴직연금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이 모두 소멸해 유족들에게 지급할 금액이 없다는 취지다. 자녀들은 퇴직연금을 전혀 상속받지 못하게 되자 상고했다.


대법원 전합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유족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퇴직연금 상당의 손해배상채권과 유족연금이 본질적으로 독립된 권리"라며 "유족연금을 받지 않은 자녀들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기 위해 공제는 유족연금을 받은 배우자의 채권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기존 '공제 후 상속' 방식은 사회보장제도를 유지하는 재원으로 가해자의 책임을 면제시키는 결과가 초래된다"며 "수급권자가 상속분을 초과해 유족연금 일부를 중첩하여 받더라도 이는 생활보장적 성격으로 지급되는 것으로서 사회보장법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종전 판례의 '공제 후 상속' 방식에 따르면, 직무상유족연금을 지급받지 않는 상속인들의 일실 퇴직연금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에 대해서도 직무상유족연금을 공제하게 돼 실제로 직무상유족연금으로 손해회복을 받지 못한 상속인들의 손해배상채권을 전부 또는 일부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며 "종전 판례를 변경해 '상속 후 공제'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피해자인 상속인들의 권리를 더욱 보호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학연금법을 준용하는 공무원연금법 등에서도 '상속 후 공제' 방식을 적용하도록 해 법적 해석을 일관되게 정립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 법률신문 이순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