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비밀유지협약서 제출했는데 제품 제조방법 찍어뒀다가 이직한 뒤 활용했다면…¨영업비밀 누설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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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에 납품하는 휴대전화용 방수 점착제를 생산하는 협력업체에 근무할 당시 자신의 휴대전화로 해당 제품의 제조방법을 찍어뒀다가 이직한 회사에서 활용했다면 영업비밀 누설 행위로 봐야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비밀유지협약서를 제출했다면 제조방법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취지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지난달 30일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영업비밀 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2도14320).
A 씨는 2015년 1월부터 2016년 8월까지 삼성전자 2차 협력업체인 B 사 생산부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B 사가 독자적으로 개발·생산해 삼성전자에 납품한 휴대전화 터치화면과 휴대전화용 방수 점착제 생산 업무를 담당했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해당 제품의 원료계량 및 제조지시서 등을 8회에 걸쳐 자신의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해 보관했다. A 씨는 B 사를 퇴사한 뒤 2016년 9월 C 사로 이직했는데, C 사의 기술연구소장의 지시에 따라 B 사 근무 당시 제조한 휴대전화용 방수 점착제를 이용해 시제품을 생산했다.
이에 A 씨는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영업비밀을 취득, 사용하고 제3자에게 누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 씨가 B 사의 유력 제품에 대한 자료를 가지고 있다가 자신의 새 직장에서 활용하기로 한 것으로 판단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은 "A 씨가 해당 제품의 제조방법 등을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로 인식하고 취득했다거나,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B 사에 손해를 입힐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유죄로 판단한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 씨가 촬영하고 보관한 뒤 활용한 B 사 제품의 제조방법 등이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제조방법은 간행물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개된 적이 없는 등 B 사를 통하지 않고서는 통상 입수할 수 없는 정보라고 볼 여지가 있다"며 "각 제조방법은 피해 회사의 휴대전화용 방수 점착제 제조에 사용되는 기술정보로서 개발에 상당한 비용 등이 투입됐을 뿐만 아니라, 그 사용을 통해 경쟁자에 대해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각 제조방법은 A 씨의 B 사 퇴직 이전에 A 씨에게 비밀정보로 고지됐고 비밀유지의무가 부과됐으며, 그 의무는 퇴직 후에도 상당한 기간 동안 유지된다"며 "해당 제조방법이 B 사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면 A 씨가 퇴직한 이후에는 B 사의 허락 없이 각 제조방법을 사용하거나 누설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정을 미필적이나마 인식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 씨의 직업과 경력, 행위의 동기와 경위 등을 종합하면 A 씨는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B 사에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각 제조방법을 사용하고 누설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원심은 고의,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출처:법률신문 한수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