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영상통화 중 알몸 녹화 “성폭법상 신체촬영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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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영상통화 도중 상대방의 나체를 녹화한 행위가 성폭력처벌법상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은 '사람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10월 31일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2024도10477).
키르기스스탄 국적의 A 씨는 2020년 8월부터 러시아 국적인 B씨와 교제해왔다. 이후 관계가 악화되자 A 씨는 2023년 5월 B 씨와 영상통화를 하던 중 피해자가 나체로 샤워하는 모습을 자신의 휴대전화 녹화기능을 이용해 저장했다. 검찰은 이를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의 위반으로 보고 기소했다. 해당 조항은 '카메라나 이와 유사한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밖에 A 씨는 주거침입미수, 특수재물손괴 및 협박, 접근금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B 씨를 지속적으로 스토킹하고 폭행한 혐의도 받았다.
하급심은 A 씨의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인정하면서 A 씨의 영상통화 녹화 행위가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심은 "피해자의 사생활을 심각히 침해하는 범죄로 죄질이 불량하다"며 징역 4년을 선고했다. 2심도 "A 씨가 피해자의 나체 사진을 촬영해 인스타그램 등에 게시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1심 형량을 그대로 유지했다. A 씨는 이에 불복해 상고했다.
대법원은 A씨의 영상통화 녹화 행위가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에서 규정한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은 촬영의 대상을 '사람의 신체'로 한정하고 있다"며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사람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하는 행위만 해당 조항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A 씨가 피해자와 영상통화를 하며 녹화한 것은 피해자의 신체 자체가 아니라 휴대전화에 수신된 신체 이미지 영상을 녹화한 것"이라며 "피해자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을 저장한 행위는 성폭력처벌법상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출처 법률신문 이순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