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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11년 뒤 소송…“권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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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8회 작성일 24-12-1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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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한 지 11년이 지난 옛 협력업체 근로자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상 원청에 직접고용된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원고가 협력업체를 퇴사한 지 11년이 지나서야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대법원은 ‘장기간의 권리 불행사’에 해당한다고 보고, 따라서 원청으로서는 옛 근로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오랜 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아 권리자가 더 이상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새삼스럽게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신의 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인정돼 권리 행사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실효(失效)의 원칙’에 따라 근로자의 권리가 사라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옛 파견법의 고용간주 조항에 실효의 원칙을 적용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다.


 

[판결 결과]

대법원 민사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달 20일 현대차 협력업체 공장에서 엔진 제작을 담당했던 A 씨가 현대차(소송 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등 소송(2024다269143)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사실관계]

A 씨는 2000년 4월부터 현대차 아산공장 내 협력업체 4곳에서 엔진제작 공정 업무를 담당하다가 2009년 9월 업체가 폐업하며 퇴직했다. 그후 11년 4개월이 지난 2021년 1월, 현대차를 상대로 ‘파견 근로자 지위를 인정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A 씨는 과거에 일했던 협력업체 B 사의 다른 근로자들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법원이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는 판결을 확정했다는 점을 들며, 자신도 “현대차와 B 사가 체결한 도급계약에 따라 현대차의 지휘·명령을 받으며 2년을 초과해 파견근로를 제공했다”면서 근로자 지위 확인 및 임금 지급 등을 구했다.


 

[1,2심 판단]

1심은 A 씨가 현대차 근로자가 맞다고 보고 현대차가 5600여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1심은 △현대차의 생산계획과 필요에 따라 협력업체 인력운영계획이 결정된 점 △일련의 작업이 연속적으로 진행돼야 하는 자동차 생산공정 특성상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업무와 현대차 정규직 근로자들의 업무는 밀접하게 연동돼 있었던 점 △작업방법과 순서, 속도 등에 대해 B 사의 독자적 행사 권한이 사실상 없었던 점 등을 판단 근거로 밝혔다.

 

2심도 “A 씨가 현대차 근로자임을 확인한다”며 현대차가 총 9200여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심에서 현대차 측은 “설령 근로자 파견관계가 인정되더라도, A 씨는 2009년 9월 협력사와 고용관계가 종료됐고 이로써 현대차 사이의 고용관계도 소멸됐으며, A 씨는 그 이후 현대차와 협력사에 근로제공의 의사 표시를 한 적도 없고 전혀 다른 직종에서 일했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 회사와 다른 협력사 근로자들과의 법적 분쟁기간으로부터 20년이 지났을 뿐 아니라, A 씨가 퇴직한 날로부터 10년 이상이 지난 2021년 1월에야 소송을 냈는데, 이는 장기간 아무런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것으로 현대차 입장에선 ‘A 씨가 더이상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를 갖게 됐으므로 A 씨의 권리행사는 현대차의 기대에 반하는 것이므로 ‘실효의 원칙’에 따라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추가로 변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 같은 현대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A 씨의 권리행사가 신의칙에 반한다거나, A 씨가 장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아 권리가 실효됐다고 인정하기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파견법상 직접고용 의무 규정은 사용사업주가 파견법을 위반해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행위에 대해 근로자 파견의 상용화·장기화를 방지하고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을 도모할 목적에서 행정적 감독이나 처벌과는 별도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사법관계에서도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의무라는 법정책임을 부과한 것”이라며 “직접고용의무 규정에 따른 고용 의사표시 청구권에는 10년의 민사시효가 적용된다”고 전제했다.

 

이어 “A 씨는 직접고용 때로부터 약 18년, 파견근로관계가 종료된 이후부터는 약 11년 4개월, B 사 직원들에 대한 근로자파견 관계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날부터도 약 10년 6개월이 지난 상태에서 이 사건 소를 제기했는데, 이러한 경우에까지 실효의 원칙을 부정한다면 10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는 직접고용 의사표시 청구권과의 형평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현대차 측을 대리한 김상민(45·사법연수원37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고용간주규정에 실효의 원칙을 적용한 최초의 판결”이라며 “파견법을 통해 상당히 오래 전 발생한 권리를 뒤늦게 주장하는 소송들이 있는데, 이번 판결이 참고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처 법률신문 홍윤지기자